품질 논란, 장기 파업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려온 현대자동차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반격의 핵심은 11월 출시될 준대형 신차 그랜저IG. 국내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흔들리는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것은 물론 품질 논란으로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그랜저IG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 5년만에 완전 변경되는 그랜저IG…‘춘추전국’ 준대형 세단시장 공략할까

그랜저IG는 2011년 5세대 그랜저 모델인 그랜저HG가 나온 이후 5년만에 출시되는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이다. 1986년 모습을 드러낸 그랜저는 쏘나타 등과 함께 현대차를 대표하는 세단으로 우리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동안 변신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인기 곡선은 하락세에 놓여있다. 현대차는 그랜저IG를 내세워 국내 준대형 세단시장의 패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그랜저HG의 판매량은 3만9975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인 6만968대보다 34.4%나 줄어든 것이다. 전체 승용차 시장 내 점유율도 지난해 9월 5.7%에서 올해 9월에는 3.3%로 크게 떨어졌다.

준대형 세단시장에서 줄곧 차지했던 판매량 선두자리도 올 초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신형 K7에 내줬다. 지난달 신형 K7의 판매량은 4257대를 기록해 3268대가 팔린 데 그친 그랜저HG를 제쳤다.

그랜저HG가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사이 경쟁사들의 준대형 세단은 눈에 띄게 판매량이 늘었다. 한국GM의 임팔라의 판매량은 올해 들어 9월까지 9796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2.2% 급증했다. 르노삼성 SM7의 경우도 5413대가 팔려 전년동기대비 33.6%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동차 엠블럼 디자인·제조업체인 브렌톤이 공개한 그랜저IG의 예상 이미지

그랜저IG는 완전변경 모델인 만큼 이전 모델에 비해 디자인이 크게 바뀌고, 다양한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그랜저IG의 스파이샷(위장막을 덮은 비공개 차량을 찍은 사진) 등을 보면 전면부의 그릴은 이전 현대차 모델에 주로 적용됐던 육각형 모양의 ‘헥사고날 그릴’이 아닌, 올해 출시된 신형 i30 등에 붙은 ‘캐스캐이딩 그릴’과 비슷한 모양으로 설계됐다.

차체의 크기도 전장과 전폭, 바퀴크기 등이 이전 모델인 그랜저HG에 비해 한층 커질 것으로 알려졌다. 헤드램프도 제네시스 G80, EQ900 등에 적용된 LED 램프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기능도 한층 개선된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등에 탑재한 고속도로 주행지원시스템(HDA)을 그랜저IG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HDA는 전방 카메라와 센서 등을 통해 고속도로 주행시 전방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네비게이션의 정보에 따라 속도를 제어하는 첨단기술이다. 현대차는 이 밖에도 보행자를 인식해 자동으로 긴급제동을 할 수 있는 기능 등 다양한 안전, 편의사양을 그랜저IG에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그랜저IG의 스파이샷 이미지

‘보배드림’을 비롯한 여러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스파이샷을 통해 알려진 그랜저IG의 내·외관 디자인도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랜저IG 출시를 앞두고 경쟁 차종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출시돼 한 동안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GM 임팔라의 판매량이 최근 눈에 띄게 감소했다. 지난 3월 2009대가 팔렸던 임팔라의 경우 6월말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 이후 7월 판매량이 542대에 불과했다. 8월과 9월 역시 각각 527대, 602대에 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임팔라와 르노삼성의 SM7 등 경쟁 준대형 세단들의 판매량이 저조한 데는 그랜저IG 출시를 기다리는 예비 구매자들이 많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그랜저IG가 출시되면 현대차의 국내 판매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랜저IG 띄워라”…이광국 신임 국내영업본부장, 첫 시험무대

현대차는 최근 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수장(首長)을 교체했다. 오랜 기간 국내영업본부를 이끌었던 곽진 본부장을 고문으로 발령내고 이광국 부사장(사진)을 신임 본부장에 앉혔다.

전임 곽진 본부장이 오랜 기간 영업 분야에서 일했던 ‘판매통(通)’이었던 반면 이광국 신임 본부장은 해외정책팀장과 브랜드전략팀장, 수출지원실장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다. 국내영업본부장에 임명되기 전에는 워싱턴 사무소장으로 일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사장을 발탁한 것은 단기간의 판매실적 개선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마케팅과 판매전략 등을 새롭게 수립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그랜저IG 출시는 이 부사장의 첫번째 시험무대다. 5년만에 완전 변경되는 현대차의 최대 주력 모델인 데다 최근 부진했던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을 회복하기 위한 ‘반전 카드’이기 때문에 그랜저IG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오는 25일 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비공개 프리뷰 행사를 시작으로 그랜저IG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사전예약 등을 거쳐 11월 중순쯤 그랜저IG를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