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확장적 편성 아니다' 비판 많아
규모, 법인세, 일자리·복지, SOC 4대 쟁점
국회가 내년도 예산 '400조7000억원'에 대해 본격적으로 심의에 착수했다. 이번 예산은 사상 첫 400조대를 돌파한 슈퍼 예산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386조4000억원 보다 3.7% 증가한 규모로 편성됐다. 일자리 예산이 10.7% 늘어나는 등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이 5.3% 늘고, 교육과 문화·체육·관광 예산도 각각 6.1%와 6.9%가 증가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각각 8.2%와 2.0%가 줄어들었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보다 6.0% 늘어난 414조5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중기계획상 -2%인 내년 재정수지 적자폭은 -1.7%로 0.3%포인트 개선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당초 계획(41.0%)보다 0.6%포인트 개선된 40.4%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을 포함한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39.3%였다
국회는 각 상임위원회 예산 심의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 심의를 통해 내달 30일까지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수정해 '최종 예산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국회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삭감과 증액의 권한이 있다.
하지만 예산안 심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와 정부가 벌써부터 여러 부분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떄문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규모에 대한 확장적 편성 여부, 세입을 위한 법인세 등 증세(增稅)논란, 누리과정 등 일자리와 복지 예산 편성 이견, SOC와 성장 동력 관련 예산 증액 여부 등 4대 쟁점이 심의 과정에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① 내년 예산 확장적 편성인가, 아닌가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의 기준이 되는 경상성장률(경제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을 더한 수치)을 4.1%로 잡고 예산안을 짰다. 총수입 중 예산은 7.1% 늘어난 267조9000억원, 기금은 3.9% 늘어난 146조6000억원이다. 총지출은 예산 273조4000억원(3.6% 증가)과 기금 127조3000억원(4.0% 증가)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와 전문가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확장적 편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규모를 더 늘려 편성할 여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예산안을 보수적으로 편성한 후 연초 집행을 끌어다 쓴 후 연말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조용복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201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2017년도 재정운용기조를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전년 대비 총지출 증가분의 대부분이 의무지출로서 재정 확대 효과성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년도 예산안의 의무지출 증가율은 7.1%며, 재량지출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교수 또한 "내년도 예산안을 운용기조가 확장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으며, 최병호 부산대학교 교수도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건전성과 경제활력 재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며 "총량 측면에서 본다면 확장적 재정 지출이라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국회에서도 확장적 편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016년 본예산 대비 3.7% 증가가 어떻게 확장적 예산이냐"며 "국가 채무 부담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건전한 나라다. 세출에 있어 유사 이래 처음 3당이 합의해 (예산 전체 규모를) 증액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② 확장적 예산 편성하면 '세입'은 어떻게? 불붙는 증세 논란
확장적 예산 편성을 하려면 곧바로 따라오는게 '재정 건전성' 문제다. 예산 규모를 키우려면 정부가 걷어들이는 세수도 그만큼 비례해서 많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빚'을 내 예산을 많이 편성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계획(41.0%)보다 0.6%포인트 개선된 40.4%다.
국세 수입을 증가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증세'다. 하지만 현재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증세를 주장하는 반면 여당과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증세는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이다. 이에 따라 정세균 국회의장의 법인세, 소득세 예산부수법안 지정 여부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예정이다. 김태년 예결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2017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증세 없는 복지를 고수한 박근혜 정부는 총 164조8000억원에 달하는 일반 회계 세입 적자 국채를 발행했다"고 증세를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법인세 인상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예산안 토론회에서도 반복했다. 김광림 새누리장 정책위의장은 법인세 인상 주장에 반박해 부가가치세 인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 경제 상황에서 '증세'를 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야당이 계속 증세를 주장할 경우 손을 대야할 순서는 법인세가 아니라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순이라는 것이다.
김 의장은 "정치적 고려를 빼고 이런 토론회에서는 솔직해지자"라며 "솔직히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특정 세목 이야기를 못하지만, 법인세는 재벌을 향한 것이고 소득세는 부자가 내야 한다면 제일 손 쉬운 것은 부가가치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금을 올리면 정권을 내놓는 것이다"며 "그래서 법인세, 소득세에 (논의가) 집중되는데, 학계에서는 부가세 이야기를 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광덕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는 법인세 인상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 될 경우 내년도 예산안 부결 가능성도 거론했다.
③ 일자리·복지 예산 실효성 논란, 누리과정 예산 '화약고'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보건·복지·노동분야 예산이 처음으로 130조원대(130.0조원)에 올라서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5.3%, 금액으로는 6조6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총지출 증가분의 절반 가량(46.2%)을 보건·복지·노동분야에 투입하는 것이다. 일자리 예산은 10.7% 늘어난 17조5000억원이고, 이중 청년일자리 예산은 15% 늘어난 2조7000억원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와 야당, 일부 전문가들은 예산 배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정처는 일자리 예산과 관련해 취업 및 장기근속 지원에 대한 예산 규모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창업성공패키지 예산 등 창업 지원 예산의 계획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중에는 복지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 증가분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가 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복지 예산은 사회 구조 특성상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2017년도 복지 예산 증가율은 5.3% 증가했는데, 올해는 6.7% 증가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 보훈 주택을 제외한 순수한 보건 복지 예산 증가율은 3.9%다"며 "이것은 총지출증가율과 유사하며 대부분이 자연증가분인 공적연금이다"고 강조했다.
복지 예산에 대해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대한 공방을 예고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부분을 별도 편성하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내년도 예산안에 지방교육정책특별회계를 신설했다. 교육청에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약 5조2000억원을 특별회계로 편성해 지출 항목을 정해놨다. 특별회계 예산은 누리과정과 학교시설 개선, 초등돌봄 사업 등 정책사업에만 쓸 수 있다.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딴 곳에 쓰지 못하게 '칸막이'를 쳤다고 보면 된다. 야당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누리과정 예산분을 별도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더민주 소속 김현미 예결위원장은 "올해 예산 심의에서 가장 끝까지 쟁점이 될 부분은 누리과정 예산이다"며 "지난 추경 처리 때 누리과정 갈등을 풀기 위한 3당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부장관의 협의체를 요구했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열리지 않는 것은 갈등을 풀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④ 성장 동력 예산 미흡, SOC 예산 증액될까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다 보니 SOC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외교·통일 분야 예산이 줄었다. SOC 예산은 감소율이 역대 최대다. 8.2%가 줄어든 21조8000억원이다. 고속도로와 국도, 철도 등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산업 분야 예산은 수출을 지원하고 청년 창업자를 발굴하는 사업에 대한 예산 등이 새로 들어갔지만 2.0%가 줄어든 15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여당은 이러한 예산 감소에 대해 성장 동력 예산이 미흡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주광덕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는 "30대 기업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이다"며 "산업과 중소기업 관련 예산이 줄어들면서 성장 동력이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SOC 예산 증액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엇갈리기도 했다. 김동철 예결위 국민의당 간사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SOC 예산을 급격히 줄여선 안 된다"고 밝힌 반면 김태년 예결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총량적으로는 줄이는 게 불가피하나 반드시 필요한 곳에는 정확히 투입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