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취임한 김재수(59)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당면한 핵심 현안으로 망설임 없이 쌀 직불금 제도 개선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쌀을 사주면서 직불금 제도가 당초 취지에 어긋났고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1977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들어와 40년 가까이 농정(農政)에 몸담았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본지와 취임 후 첫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야당의 해임안 파동을 겪으며 최근 국정감사를 치렀다.
―쌀 직불금 제도는 왜 고쳐야 하나.
"쌀에 1조8000억원을 지출하는 등 9가지 작물의 직불금으로 연간 2조1000억원을 쓴다. 농식품부 예산의 15%다. 이렇게 고정 투입하는 돈이 많다 보니 다른 사업을 해보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추곡 수매를 폐지하고 2005년 직불금 제도를 도입한 건 정부가 사주는 분량을 줄이고 민간 쌀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정부와 농협이 전체 생산량의 60% 가까이 매입한다. 추곡 수매제 때 전체 생산량의 35%를 수매한 것보다 훨씬 많이 사주고 있다. 우선 전체 직불금 2조1000억원은 유지해서 농가에 보전해주는 소득이 줄어들지 않게 하되, 그중 쌀 직불금의 비중은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고쳐보려고 한다."
―쌀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데 직불금 제도만 바꾼다고 해결되나.
"국민께 밥을 더 드시라고 해서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비(非)식용 소비를 늘려야 한다. 쌀을 재료로 하는 기능성 상품을 늘려야 한다. (쌀이) 화학 제품 원료가 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치권에서는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을 줄여 쌀 생산을 줄이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데.
"작년 말 10만㏊를 해제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 학계에서는 식량 소비 감소 추이를 보면 조금 더 줄여도 된다고 하니 참고하고 있다. 다만 식량 자급률이 낮고 절대농지를 한번 해제하면 다시 농지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통일이 되면 식량이 모자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줄이려고 한다."
―수출 농업 하자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가시적 성과가 적다.
"원재료 수출만으론 한계가 있다. 가공식품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 라면, 고추장, 과자류 등을 더 다양하게 수출용으로 개발해야 한다. 또 네덜란드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가 아프리카 등에서 농산물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다음 재수출해서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 되지 않았나. 우리도 싼 재료를 들여와서 베이징, 도쿄 등 지근거리 큰 시장에 재수출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배추나 파프리카 재배 같은 단순한 생산에 기업이 들어와서 농민들과 직접 경합하면 안 된다. 외국에서는 기업은 큰돈이 들어가는 종자 연구, 농업 기자재 개발 같은 걸 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농촌 인구가 늘어야 하는데 귀농·귀촌 열기가 최근 식은 듯하다.
"은퇴 후 시간을 보낼 목적의 귀농은 바람직하지 않다. 귀농은 철저한 비즈니스여야 한다. 또 반드시 농촌 이주를 전제로 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전국 어디든 두 시간대에 이동이 가능하다. 일주일 중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할 수 있는 '4도(都) 3촌(村)'의 시대다."
―농업 행정조직이 비대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농식품부와 유관기관 직원만 수천명인데 인력과 조직의 비율이 아직 8대2다. 8이 생산에 집중돼 있고, 2가 생산 이후에 맞춰져 있다. 생산을 늘려야 했던 오래전 구조다. 이제는 생산 이후 단계인 가공, 유통, 수출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생산 대 생산 이후의 비율을 정반대로 2대8로 바꿔야 한다. '2대8 농업 시대'로 전환하는 초석을 놓겠다."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따른 농가 피해를 극복할 방법 있나.
"화훼와 축산 부문 매출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1인·2인 가족 체제로 바뀌고 있어서 농산물 선물 포장도 작게 만들면 된다. 5만원 이하로 소포장, 소품목으로 공급하면 활로를 뚫을 수 있다고 본다."
☞쌀 직불금
정부가 2005년 추곡 수매제를 폐지하며 도입한 제도. 농지 1㏊당 100만원을 주는 '고정 직불금'과 쌀값이 목표 가격(18만8000원/80㎏)보다 떨어졌을 때 주는 '변동 직불금'으로 나뉜다. 정부는 제도를 도입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1조3994억원을 쌀 직불금으로 지급했다. 내년 직불금 예산은 1조8017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