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

한국 출생으로 프랑스에 입양돼 16세에 대학 시험(바칼로레아)에 합격하고 프랑스에서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 통상국무장관, 문화부장관까지 역임한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43, 한국이름 김종숙). 그가 이번에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손잡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활약할 벤처 유니콘을 키우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유럽 금융전문가 앙투안 드레쉬(Antoine Dresch)와 손잡고 코렐리아 캐피탈(Korelya Capital)을 설립하고 대표를 맡았다.

펠르랭 대표는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 초기(2012~2014년)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프랑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렌치 테크(French Tech)’를 이끌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코렐리아 캐피탈’의 기초가 됐던 정책인 셈이다.

프랑스 정부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 덕분에 작년 외국인 투자는 2014년에 비해 12% 늘어났고, 5년 만에 최고치인 3만36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2조6431억원으로 2014년의 2배로 증가했다.

그는 문화부장관 당시에도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 규제를 위한 법안 같은 디지털 산업 현안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플뢰르 펠르랭은 디지털경제장관 당시 구글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광고로 수입을 내는 것과 관련 인터넷세금 부과를 추진하기도 했다.

9월 30일 펠르랭 대표는 ‘코렐리아 캐피탈’ 설립 후 네이버와 라인으로부터 1억 유로(약 1233억원)를 출자받아 유럽 투자 펀드 ‘K-펀드 1’를 출범시켰다.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내한한 펠르랭 대표를 직접 만나 IT산업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펠르랭 대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구글 지도 반출 문제와 미국 기업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답했다.

다음은 플뢰르 펠르랭과의 일문일답이다.

― 유럽에서는 구글 등 미국 인터넷 기업의 반독점 규제 바람이 거셉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반독점 규제 정책은 사실 많은 국민이 눈여겨보는 정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미국의 거대 IT기업이 유럽에서 비난을 받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는 정당한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조세회피처 등을 이용해 최대한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두 번째로는 구글이 검색엔진으로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검색 서비스와 연관되는 쇼핑과 여행, 호텔예약 등 서비스 전반에 걸쳐 다른 경쟁사를 완전히 전멸시키고 구글이 독식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로는 빅데이터를 명목으로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생활 보호가 위협을 받는 것이죠.

이를 위해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세 회피 외국기업에 세금을 추징하기 위한 규제들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독점적 지위 남용과 관련해서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구글 등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지요.

하지만 사생활 침해 부분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종종 불만과 불안감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미국 회사에 유럽 소비자의 쇼핑 행태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면, 관련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이 유럽인들을 굉장히 불편하게 만드는 문제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

― 이해진 의장이 구글 지도 해외 반출요구를 국내 역차별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두 분께서 평소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요. 국내법과 구글의 ‘원칙’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지켜야 한다고 보시나요.

“국내 정치와 연관된 주제네요. 민감한 한반도 국제 정세로 봤을 때 국내 지도를 구글에 제공하는 것은 국방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일부(국외 반출을 반대하는 측)와 이해진 의장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상세 지도는 국가 안보와 주권이 연관된 중요한 자원에 속합니다. 경제 주체인 일부 기업에서 국민의 일상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 국가 안보, 주권과 관련해 아주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정부에서 대형 기업의 요청에 대해 고민하고 해당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 프랑스, 미국, 스칸디나비아 등 국가별로 정치 전통이나 처한 정세에 따라 입장이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대형 IT기업들은 1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가 새롭게 직면한 책임이며 국가 주권을 할당하는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세지도나 이메일, 검색엔진 등과 같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인프라와 관련해 현지에 경제 주체를 가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코렐리아 캐피탈을 네이버, 라인과 함께 만든 것도 미국의 거대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터넷 기업들이 유럽에 많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실 디지털 세계는 승자독식 법칙이 작동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방법이 있을까요.

“승자독식 체제를 타파하는 것은 경쟁 회사들이 자꾸 생겨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작은 기업들에도 동등한 기회를 주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일방적으로 미국 거대 IT기업의 존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시장 독점적인 위치에 올라섰다는 것은 그만큼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의 챔피언(새로운 승자)을 만들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과 경쟁에서 이미 진 싸움에 굳이 다시 도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컨대 구글이 승자로 입증된 검색엔진 분야가 그렇죠. 대신 미래의 새로운 경쟁 영역인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무인자동차 등에서 아직 가능성이 있고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럽과 아시아의 IT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현재 미국 거대 IT기업에 맞설 또 다른 경쟁회사를 만들어 내야 할 것입니다.”

― 한국 간담회에서 소수의 주자만이 인터넷 정보를 세계적으로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구글 등은 애플리케이션 등과 관련해 오픈소스도 꽤 제공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오픈소스 공개는 관계자들을 구글의 생태계로 자꾸 끌어들이는 매우 똑똑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구글 앱스토어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도 했죠.

하지만 이 또한 이용자들을 독점적인 환경에 가두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 유럽과 아시아 기업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IT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커가고 발전해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캐피탈 투자 회사들이 IT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성숙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효율적인 벤처캐피탈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말씀하시는 부분은 코렐리아 펀드를 만든 배경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유럽을 대상으로 한 투자 펀드를 창립하는 것은 제가 프랑스 정부에서 일할 때 가지고 있었던 신념을 민간에서 실천할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기업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런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기회의 균등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아주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지만 몇몇 주자들만이 이러한 정보를 세계적으로 독점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 주체들이 이에 개입해서 좀 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혁신하고, 새로운 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디지털 장관이었을 때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유럽기업들이 마주했던 현실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유럽의 기업들이 현재 제대로 된 자금 지원을 찾기 어렵고 몇몇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장관으로서 재임을 할 때 인터넷이란 공간이 진정한 성장의 공간, 가치 창출의 공간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국가든 모든 국가가 모든 지역에서 인터넷이 제공하는 균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인터넷 경제라는 것은 네트워크의 경제이고, 이곳에서는 독점적인 위치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새로운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해당 국가의 기업들과 경제주체들을 도와줄 수 없다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상헌 대표를 비롯한 네이버 측의 대표자들과 함께 협력하게 됐고, 우리가 우리 사회를 변형, 변혁을 시켜보자는 아이디어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나온 것이 ‘K-펀드 1’ 프로젝트입니다.”

코렐리아 캐피탈에 네이버·라인이 출자하는 펀드의 출범 의의에 대해 설명하는 플뢰르 펠르랭 대표.

― 한국에서 네이버 외에 특별히 눈여겨보는 기업이 있으신가요.

“물론 한국에는 아주 흥미로운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벤처투자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저는 네이버, 라인과 가장 먼저 함께 시작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전략적인 목적에서 유사한 점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네이버와 라인의 ‘성공 DNA(벤처로써 대형 IT 기업으로 성장했던 경험)’를 기반으로 유럽에 10억달러가 넘는 가치를 가진 유니콘이 탄생하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도 합니다.

유럽의 창의성과 역량 그리고 네이버와 라인의 오랜 노하우와 경험을 결합해서 유럽과 아시아 간 협력을 통한 큰 성공사례를 이끌어 내도록 할 것입니다.”

― 프랑스에서 성공한 아시아계 스타트업은 있나요?

“게임이나 애니매이션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시아계 스타트업이 프랑스 등 유럽에 진출해서 자리를 잡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대로 유럽의 스타트업이 아시아에서 진출해 성공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이것도 ‘K-펀드 1’ 프로젝트를 만든 또 하나의 이유가 되겠네요.”

― 네이버는 올 6월 프랑스 현지 인큐베이터인 NUMA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코렐리아 캐피탈과 겹치는 부분은 없나요.

“코렐리아 캐피탈과 겹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NUMA는 프랑스 스타트업 회사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크이자 파리에 있는 코워킹 공간입니다. NUMA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도를 실행하고 투자자와 업계 간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으로 코렐리아 캐피탈과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고 해석하시는 게 좋습니다.”

― 딸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가야 하는 다음 세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든다면 건강관리 등 일상생활에 있어 편리함이 늘어나겠지만, 다음 세대들은 여러가지 철학적인 질문에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가령, 법률을 만드는 국가 또한 새로운 문제점에 부딪히게 될텐데 예컨대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사람들의 반응이나 사생활 정보를 취득하고 보험상품을 연계해서 판매하는 것도 철학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죠.

현재 이런 문제에 아무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다음 세대들은 이 질문에 반드시 해답을 제시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