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만들러 왔습니다."
"아, 네. 신분증 가져오셨죠? 이 근처 사세요?"
"네. 대학생이고요. 바로 이 옆에서 자취합니다."
"이 서류랑, 이 서류에 서명해주세요."
"네. 그런데 혹시 리워드360 카드도 만들 수 있어요? 사실 카드 만들려고 계좌 개설하는 거여서요."
"네, 그럼요. 그럼 이것도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토요일인 지난 15일, 서울 신도림테크노마트 내에 자리잡은 이마트 신도림점. 쇼핑객들이 이끄는 카트로 혼잡스러운 이곳 한쪽에서는 은행 업무를 보는 자리가 3~4평 규모로 펼쳐져 있었다. 바로 SC제일은행과 신세계그룹이 제휴해 2015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뱅크샵'이다.
대학생 김모씨는 토요일에 이곳을 들러 통장과 카드 발급을 신청하고 돌아갔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보니 SC제일은행의 카드가 인기가 많았다"면서 "이마트에 가면 주말에도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이마트로 왔다"고 설명했다.
◆ 이마트에 상주하는 은행원들…뱅크샵·뱅크데스크 66곳 설치
9월 말 기준으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내에 뱅크샵(3~4명 직원 상주)은 10곳, 뱅크데스크(1~2명 직원 상주)는 56곳이 설치됐다. 뱅크샵이나 뱅크데스크 모두 태블릿PC만으로 통장 및 카드 발급, 예·적금 가입, 신용 및 담보대출 등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신세계와의 제휴를 통해 크게 2가지를 노린다. 일단 일 평균 수만명에 달하는 대형마트 유동인구를 잠재적인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이마트 내에 점포를 설치함으로써 지점 운용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점포를 계속 줄이고 있다. 2003년 413개였던 점포 수는 현재 250여 개까지 줄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지점은 지점대로의 존재 가치가 분명히 있지만, 단순 업무를 이마트로 이관하면 그만큼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기술 발전으로 태블릿PC만으로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도해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계좌 쉽게 만들어준다" 입소문에 대학생·주부 몰려...한국SC "발급 프로세스는 똑같다"
유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 뱅크샵과 뱅크데스크가 틈새시장을 어느정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작년 말 뱅크샵, 뱅크데스크 출범 이후 모두 16만건의 금융거래를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대학생이나 주부, 무직자 등으로부터 "은행 본점에 방문할 때보다 계좌 발급이 쉽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은 대포통장 발급을 줄이라는 금융감독원 지도 아래 주부, 대학생 등 소득이 적거나 거의 없는 고객에겐 다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무직자의 경우 계좌 개설 때 타 은행 평균잔액 기록과 자동이체 1~2건 등록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이나 이마트 뱅크샵이나 똑같은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에 딱히 이마트가 더 느슨하게 계좌 발급을 해주는 건 아니다"라며 "야간이나 주말에도 영업을 하다 보니 더 수월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C제일은행과 유통업계의 제휴는 사실 타 은행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대다수 쇼핑객이 분명한 목적을 갖고 마트를 찾는 것인 만큼 유동인구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