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총 5조원 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반토막 수주로 침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 수주액(13억 달러·한화 1조5000억원)이 당초 예상치(35억 달러·한화4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쳐 지갑은 비어 있는 상황인데, 내년 4월부터 갚아야 할 채권(9400억원) 만기는 속속 돌아오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자산 매각이나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 특히 대우조선 자구계획의 핵심이었던 1조원 규모의 드릴십 2척을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에 인도하는 일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고용 규모만 4만명(협력업체 포함)이 넘어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이유로 법정관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던 금융당국마저 향후 6개월 동안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서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법정관리 등)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지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치만 할 수도 없어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대우조선의 법정관리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회사채 상환 줄줄이 돌아오는데 수주 가뭄
대우조선은 내년 9400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3500억원, 2019년 6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채를 막을 신규자금 유입은 저조한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올해 경기 침체와 저유가 등으로 사상 최악의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선박 건조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자, 선주들이 선박을 발주하지 않고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어서다. 그 결과 대우조선은 올해 1~10월 13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간 평균 수주액 123억달러 대비 10% 수준이다.
대우조선은 올 초 수주 목표치를 110억달러로 잡았지만, 수주난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최근 수주 목표치를 35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하지만 수주 가뭄이 계속되고 있어 하향 조정한 목표액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기 수주한 해양플랜트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 번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소난골 드릴십 2척이 당초 7월 말에서 11월 이후로 인도가 연기됐다. 대우조선은 앙골라 국영회사 소난골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인도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해양 플랜트 수주 잔량 22기 가운데 9기를 올해 안에 인도하기로 했다. 이 중 부유식액화천연가스설비(FLNG) 등 4기를 정상인도 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소난골 드릴십 2기를 제외하고 남은 3기는 정상적으로 건조되고 있고 계획대로 인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남은 프로젝트 3기 중 하나라도 인도가 지연돼 건조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한 컨설팅 보고서에서 '대우조선의 생존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더 코너에 몰리고 있다.
맥킨지는 향후 5년 동안 수주상황이 지금과 같이 부정적일 경우 대우조선의 사업 규모는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2020년까지 3조3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해 자력 생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법정관리 염두하기 시작한 금융위…"후폭풍 최소화할 것"
대우조선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나 채권단은 마땅히 손 쓸 방안이 없다고 토로한다.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 결정 이후 줄줄이 드러나는 전현직 임직원들의 비리 문제에 채권단을 둘러싼 각종 불법 로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더 이상 '대마불사' 논리를 들이댈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에 대한 대책을 펼치는 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금 투입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지원 없이 법정관리 돌입을 지켜보는 것도 지역 경제 후폭풍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채권단은 최대한 법정관리를 준비함과 동시에 조선업 수주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대우조선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우선 인력 구조조정, 자구안 조기 집행 등이 큰 골자다. 동시에 현재 남아있는 미집행 지원자금 1조원을 유동적으로 투입하고 연내 자본을 확충해 내년 상반기까는 상장폐지 내지는 법정관리를 피할 계획이다.
대우조선 역시 추가 자구안 등을 내놓으며 정부 정책에 상응하기로 했다.
현재 대우조선은 지난해 발표했던 1조8500억원 규모의 자구안 외 3조4500억원의 추가 자구계획을 내놓았다. 추가 자구안에는 국내‧외 자회사 14개를 모두 매각하고, 조선소 내 도크를 7개에서 5개로 줄이는 등 생산 능력의 30%를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 특수선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력 구조조정 역시 강도 높게 추진한다. 연말까지 총 3000명의 인력을 줄일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난 7일부터 10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접수 받고 있으며 올해 안에 분사 등을 통해 2000명 규모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며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대우조선의 인력은 현재 1만2500여명에서 1만명 이하로 줄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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