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지난 12일 전국 전통시장 266곳이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여해 매출이 평균 18.5% 늘었다는 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기간 중 전통시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평소보다 22%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그대로 믿는 상인들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행사 기간 중 기자와 통화한 전통시장 상인들은 "손님이 많지 않고 수입도 평소와 별 차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왜 이런 조사 결과가 나왔을까요. 중기청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기청은 전체 266곳 전통시장 중 50개를 추출한 다음 시장별로 상인 5명을 설문조사 했습니다. 기자가 이번 조사를 진행한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받은 설문지 첫 문항은 이렇습니다. '작년 동월과 비교할 때 금년 행사 기간 중 매출 변동은? ①증가 ②변화없음.' 답변에 '감소'라는 항목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행사 기간에 고객이 늘었나'라는 질문에 답변 항목은 '증가'와 '변화없음'뿐이고 '감소'라는 항목은 없었습니다. 또 전체 상인의 대표성을 띨 수 있도록 조사 대상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런 원칙도 없었습니다. 통계조사 분야 전문가도 "정부가 왜 이런 주먹구구식 조사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조사를 진행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보낸 설문지는 직원이 실수로 잘못 보낸 것"이라며 "실제 설문지에는 '감소' 항목이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한 유통업체 고위 임원은 "청와대에서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언급하자 부처마다 성과를 보여주느라 정신이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중기청도 성급하게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성과를 내세우려다가 함량 미달의 통계를 내놨다는 겁니다.

중기청뿐만이 아닙니다. 행사 주관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 달간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 관련 보도 자료를 20여 차례 배포하고, 장관과 차관이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현장을 돌아가며 격려했습니다. 산업부 간부들이 철강·석유화학·조선업 구조조정 안건 등 다른 시급한 경제 현안에 대해 이런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 적이 있었는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정부의 과도한 자랑 욕심 탓에 이번 행사를 준비한 중소상인들의 정성이 빛바랠까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