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면 고속도로에서는 사람보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 주행 시스템이 훨씬 더 안전해질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자동차가 사람보다 '더 나은 운전자(Better Driver)'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난 NXP반도체의 커트 시버스(Kurt Sievers) 수석부회장은 “오는 2018년에는 고속도로에서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자율 주행 시스템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난 NXP반도체의 커트 시버스(Kurt Sievers) 수석부회장은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수백만명에 이른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이 자동차 운전자로는 매우 불완전한 존재라는 뜻"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업체인 NXP의 고위 임원이 자율 주행 자동차 이야기로 말을 뗀 이유는 이 회사가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NXP는 지난 2006년 필립스에서 분사했다. 지난해 NXP는 118억달러(약 13조원)에 반도체 설계 회사 프리스케일을 인수하며, 자동차 분야의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압도적인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통신용 칩업체인 퀄컴이 이 회사를 약 300억달러(약 55조원)에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커트 시버스 부회장은 "인수·합병과 관한 사항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NXP의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시버스 부회장은 "NXP의 목표는 완벽한 자율 주행차를 구현하는 것"이라면서 "테슬라도 이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들어 테슬라의 자율 주행 자동차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 '빅네임'이지만 아직까지 자율 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데 있어 제약이 많다"며 "특히 자동차의 눈, 귀 역할을 하는 카메라 기반 센서의 정확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NXP는 지난 5월 고성능 센서, 디지털신호프로세서(DSP), 마이크로컨트롤러장치(MCU) 등의 칩을 통합해 만든 '블루박스(Blue Box) 엔진' 기반의 자율 주행 통합 칩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자율 주행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블루박스에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구현을 위한 칩과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다.

커트 시버스 부회장은 이 제품의 강점으로 첨단 통합 센서 기술을 꼽았다. 그는 "기존 자율 주행 자동차는 카메라를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데 안개가 끼거나 비, 눈이 올 때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블루박스 엔진의 경우 카메라가 인식하지 못하는 환경 요소를 파악할 수 있는 레이더를 도입해 센서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자율 주행 자동차 시스템을 완성하려면 카메라와 레이더를 융합한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카메라의 경우 일반적인 환경에서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사람의 눈과 마찬가지로 시야가 한정돼 있고 야간에는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원거리 탐지가 가능하고 주야에 구애받지 않는 레이더 기술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NXP는 앞으로 2년 내에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이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변화의 시작은 환경적 변수가 비교적 적은 고속도로다. 시버스 부회장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부근의 고속도로는 자율 주행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대도시권으로 자율 주행 시스템을 확장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XP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구축 프로젝트에 차량간·차량대인프라 통신(V2X) 칩 공급 업체로 선정된 상태다.

자율 주행 자동차 시스템이 상용화되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차량 간 연결이다. 시버스 부회장은 "1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자동차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앰뷸런스가 뒤에 온다거나 먼 지점에 사고가 있을 때 해당 정보를 파악해 더욱 안전한 주행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 역시 자율 주행 시스템에서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시버스 부회장은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첨단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확고한 보안 시스템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의 핵심은 자동차가 주변 차량, 환경,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계속해서 발견해 적용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 해킹 등의 공격이 가해질 경우 시스템 자체가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만큼 강력한 보안 체계는 필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