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1위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지난 8월 말 택스리펀드(tax refund·국세환급) 서비스업체 큐브리펀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택스리펀드는 외국인이 면세점이 아닌 백화점, 아울렛 등에서 물품을 구입했을 때 10%의 부가가치세, 5~20%의 개별소비세를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큐브리펀드 등 서비스업체들은 외국인이 세금 반환을 요청할 경우 일정 수수료를 뗀 뒤 지급하고, 추후 우리나라 정부에서 세금을 환수해 수익을 낸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중국인 등 외국인 쇼핑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큐브리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한다. 롯데 계열 어디에서 쇼핑하더라도 편리하게 환급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유통시장을 더 장악하려는 롯데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전경. 롯데백화점은 국경절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영플라자 옥상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10미터 크기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얼굴 조형물을 설치했다.

◆ 큐브리펀드, 롯데 자금 유치한 뒤 총공세…“그룹차원 시너지 날 것”

12일 롯데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큐브리펀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면서 “다만 정확한 투자 규모와 지분율 등은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큐브리펀드는 지난 8월 24일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13억9000만원에서 28억9000만원으로 15억원 증가했다. 큐브리펀드가 연 매출 30억원대에 흑자를 내는 기업인 만큼 증가한 자본금 규모를 보면 롯데정보통신의 투자금은 20억원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큐브리펀드는 업계 3~4위권의 기업이지만 롯데정보통신 투자를 받은 뒤 곧바로 인천국제공항 유인데스크 입찰에 참여해 데스크 한석을 확보했다. 공항에서 출국자를 대상으로 택스리펀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경쟁력이 커진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큐브리펀드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스타일을 빅데이터화할 것”이라며 “데이터가 쌓이면 관광객이 선호하는 물품을 그때 그때 구비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 택스리펀드 시장, 3년새 고속 성장

택스리펀드 서비스업체들은 물론, 유통업계도 롯데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쇼핑업에 강점이 있는 회사”라며 “택스리펀드를 통해 면세점이 아닌 일반 백화점으로도 고객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에 롯데의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스리펀드 시장은 고속 성장 중이다. 2013년만 해도 택스리펀드시장 규모는 585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624억원까지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500억원가량을 기록했으며, 연말이면 2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4월 1일부터는 미용, 성형 의료 외래관광객에 대한 부가세 환급제도도 시행돼 한동안은 중국인 중심으로 택스리펀드시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인 관광객은 599만명으로 1인당 평균 2483달러를 소비했다.

택스리펀드 서비스 주요 업체로는 큐브리펀드 외에 KT의 자회사 케이티스, 글로벌텍스프리, 한국정보통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