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제도, 가상화폐 적용 '부조화'
부가세 '소비자 환급' 가능성도 나와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는 고객이 물건을 살 때 롯데카드나 멤버십 카드를 제시하면 결제액의 0.1~1%를 포인트로 적립해줬다. 해당 고객은 포인트가 1000점 이상이 되면 롯데가 운영하는 지점에서 현금처럼 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3만원 짜리 물건을 살 때 포인트가 1만점 있으면, 이를 현금 '1만원'처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롯데는 지난 2013년 고객들의 포인트 구매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인트는 손해를 보면서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포인트 구매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논리다. 이후 올해 대법원은 "국세청은 322억원의 세금을 롯데에게 돌려주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롯데가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자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 등도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모든 기업이 향후 세금 환급에 뛰어 들 경우 국세청은 수천억원대의 세금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군다나 수천억대의 세금 환급을 '기업'이 아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39년 된 부가세 제도가 '딜레마'를 겪고 있다. 소비자가 부가세 10%가 포함된 최종 금액으로 물건을 사면 판매자가 향후 국세청에 부가세를 '대납(代納)'하는 현행 조세 제도가 포인트, 마일리지 등 가상 화폐의 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결제 수단 진화에 현행 세법(稅法)이 부조화를 이루면서 국세청의 세금 환급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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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판매자 '대납' 부가세, '가상화폐' 적용 어려워

지난 1977년 도입된 부가세는 영업세, 물품세, 직물류세, 석유류세, 전기·가스세, 통행세, 입장세, 유흥음식점세 등의 8개 간접세를 통합해 탄생했다.

부가세는 '간접세'다. 즉 물건 구매에 대한 세금을 소비자가 아닌 최종 판매자가 모두 모아 납부한다고 보면 된다. 구매자가 판매자로부터 상품을 살 때 부가세 10%가 포함된 금액을 결제하면, 판매자가 구매자를 대신해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결제하는 금액에는 부가세 10%가 이미 포함돼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각 국민들 소득의 10%를 세금으로 걷게 되는 셈이다. 국가가 부가세를 이렇게 복잡한 형태로 걷는 것은 각 국민에게 10%씩 세금을 부과하는 것 보다 소비 과정에 10%를 숨겨 놓고 최종 판매자를 통해 한번에 걷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이 다양해지자 부가세 제도가 현장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 화폐'인 포인트 제도다. 고객이 3만원 짜리 상품을 그냥 구매할 때와 1만원 포인트를 사용해서 구매할 때 모두 부가세는 약 3000원(3만원 공급가액의 10%)으로 상품 가격에 포함돼 있다. 포인트를 발급한 기업의 경우 고객이 포인트를 쓰면 1만원이라는 금액을 손해보면서 상품을 팔지만, 향후 국세청에 부가세를 납부할 때는 약 3000원 모두를 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인트 1만원에 대한 부가세 10%(약 1000원)는 세금으로 내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는 물건을 살 때 가액의 10%를 부가세로 포함해 금액을 결제한다.

대법원은 올해 8월 기업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현행 부가세법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며 직접 지급한 금액에만 부가세를 물린다. 다만 구입 당시 일정액을 빼주는 '에누리액(할인분)'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부가세법에는 기업들의 포인트 제도가 정상적인 과세 대상이 되는지 '에누리액'으로 구분되는지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지난 39년 동안 발전된 소비 형태에 대해 법령이 정비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소송이 이뤄진 것이다. 대법원은 결국 기업들의 포인트 제도는 에누리액에 해당돼 부가세를 부과하면 안된다고 판결했다.

롯데가 이번 판결로 환급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지난 2009년~2010년 고객들이 쓴 포인트 금액에 대한 10% 부가세로 322억원이다. 그러나 롯데는 다른 기간에 대한 포인트 사용액 부가세 분도 추가로 환급을 요청하면서 금액은 1000억원대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 이마트도 유사한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이 롯데 판결에서 환급을 결정함에 따라 비슷한 포인트,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요청할 경우 국세청은 무조건 세금을 환급해줘야 한다. 그 규모는 수천억대가 될 수 있다.

부가세 제도의 결제 수단과의 부조화는 포인트 뿐만이 아니다. 대법원은 올해 초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세 부과 대상이 아닌 '에누리액'이라며, 국세청이 KT에게 1145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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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가세 환급 '소비자' 몫이라는 주장도 나와

대법원이 포인트 제도 부가세에 대해 최종 판매자와 국세청 간의 문제는 정리해줬지만 또 다른 불씨가 있다.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와 최종 판매자와의 관계다.

대법원이 판결을 내려준 부분은 포인트에 대한 부가세의 최종 판매자→국세청 간의 갈등이다. 부가세 제도에 따르면 최종 판매자는 소비자가 낸 세금을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따라서 세금 환급액이 있다면 전달자가 아닌 '소비자'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도 가능하다. 소비자→최종 판매자 사이의 갈등이 또 나타난 셈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포인트 부가세에 대한 환급액을 가져가려면, 부가세도 포인트로 소비자가 결제할 수 있어야 했다. 소비자가 3만원 짜리 물건에서 1만원을 포인트로 이용했을 경우 '포인트 이용액 1만원'의 부가세 10%(약 1000원)는 포인트로 결제가 되고, 나머지 2만원 결제에 대한 부가세 10%(약 2000원)만 현금 또는 카드로 결제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 영수증에는 포인트 1만원이 빠지지 않은 3만원에 대한 부가세 10%(약 3000원)가 명시돼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기업이 돌려받는 포인트 1만원에 대한 부가세는 소비자가 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국세청이 롯데에게 환급하는 322억원은 '롯데'가 아닌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부분은 국세청 조차 소송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롯데가 롯데포인트에 붙인 부가세는 누가 낸 것이냐"라고 질의했고, 임환수 국세청장은 "간접세기 때문에 소비자다"라고 답했다. 또 김 의원이 "이건 설령 환급하더라도 롯데 것이 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임 청장은 "부가세는 소비자가 부담한 건데 환급이 된 경우 주인이 누구냐,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는 뚜렷한 대답을 못했다. 임 청장은 "지금 어떻게 된다고 말할 순 없고, 과거 일을 확인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후 김태년 의원실에 "국세청은 세법 집행 기관이기 때문에 부가세 환급 대상 문제는 소비자와 기업(최종 판매자) 간의 문제다"며 "국세청이 관여할 수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가 부당하게 부가세를 낸 부분이 있으면 소송이 가능할 수는 있다"는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는 "국세청이 소송 과정에서 환급의 주인은 소비자라는 것을 주장했다면, 롯데 측이 원고 부적격으로 승소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자가 영수증을 챙겨 기업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소비자→최종 판매자 부가세 부담 문제는 국가가 아니라 거래 당사자 간의 '사적 영역'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만약 국세청이 기업에게 환급하는 부과세 금액이 소비자에게 가는 것이 맞다면, 소비자는 환급받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포인트 부가세 환급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과거 비슷한 사례가 없어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부가세 제도 특성상 소비자가 기업을 향해 소송을 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반면 소비자의 소송 제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무사협회 관계자는 "포인트 제도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정 금액을 손해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부가세는 법으로 최종 판매자가 내는 것임에 따라 손해분에 대해 부과세를 환급받는 것은 기업이지, 소비자가 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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