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유일호〈사진〉 경제부총리가 8일(현지 시각) "재정정책은 쓸 만큼 다 썼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 재정은 세계 톱 클래스"라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의견을 반박한 것이다.

유 부총리는 이날 기자단과 만나 추가 재정 확대에 대해 "룸(여력)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했고 내년 본예산도 확장적으로 잡았다"며 국내 재정정책은 이미 '확장적'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낮지만, 더 화끈하게 (재정을 확대)하기엔 재정적자 걱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가 재정 적자까지 언급한 것은 역시 워싱턴을 방문한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앞서 유 부총리가 "아직 기준금리 여력이 있다"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금융 안정 리스크를 감안할 때 상당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아직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여유가 있다고 본다"며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데 유 부총리가 또다시 이를 반박하면서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수장 간 신경전이 2라운드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유 부총리는 재정·통화정책 공조에 대해선 "서로 협조가 잘되고 있다"면서 스스로 '100점'이라고 평가했다. 재정과 통화 중 어느 쪽이 더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게 비교할 순 없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