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제가 제일 나이 많은 늙은이입니다. 허허허”

지난 5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수산아이앤티 본사를 찾았다. 빌딩 3층에 위치한 수산아이앤티는 정보기술(IT) 회사답게 젊은 사원들이 사무실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승석(57) 수산아이앤티 대표는 첫 만남부터 “직원 평균 나이가 30대 초반”이라며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자랑했다.

이승석 수산아이앤티 대표는 “수산아이앤티를 기술 특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대표 자리에 앉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8년 동안 통신사에서 네트워크 분야에 몸 담아 왔다. 데이콤, 하나로 텔레콤, SK브로드밴드를 거쳤다. SK브로드밴드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역임했다. 그리고 2013년 대학 동문 소개를 통해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과 인연이 닿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시 회장님께서 수산아이앤티가 기술 중심으로 특화하길 원했다”며 “오랫동안 통신사에서 네트워크 기술 전반을 총괄했던 경험이 대표직을 맡게 된 계기”라고 회고했다.

그가 대표가 된 이후로 수산아이앤티는 보안솔루션 기술개발을 강화했고 거래처도 확대했다. 이 대표는 “기존 수산아이앤티의 트래픽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성장성이 밝은 보안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며 “더불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협력 사업부문에서 지금까지 SK텔레콤과 KT만 제휴를 맺어오다 지난해부터 LG유플러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한 비결은 특허를 통한 진입장벽...보유한 특허만 85개

이승석 대표가 대표직을 맡은 지 3년 째인 올해 10월 11일 수산아이앤티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수산아이앤티는 1998년 설립된 네트워크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공유단말 접속관리 서비스’, ‘유해정보차단 소프트웨어’, ‘보안 솔루션’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처음 설립은 ‘플러스기술’이란 상호명으로 시작했다. 당시 플러스기술은 개인용 유해정보 차단 소프트웨어 ‘수호천사’를 출시했고 B2C 시장에서 호응이 좋았다. 그러나 경쟁사가 늘어나며 수익에 한계가 있었다.

이후 새로운 사업 모델로 찾은 게 공유단말 접속관리 서비스다. 이 대표는 “현재 공유단말 접속관리 서비스는 수산아이앤티에서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효자사업”이라고 소개했다. 공유단말 접속관리란 통신사가 인터넷 가입자에게 제공한 회선에서 얼마나 많은 기기가 접속하는지 계산하고 분석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계산된 사용자 트래픽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된다.

이승석 대표는 “수산아이앤티는 특허보상제도를 운영하며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는다”고 설명했다.

수산아이앤티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에 공유단말 접속관리 서비스를 독점공급하고 있다. 또한 트래픽을 분석하는 기술인 DPI(Deep Packet Inspection)를 토대로 ‘모바일광고 플랫폼’, ‘모바일 유해차단서비스’, ‘보안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3년 간 공유단말 사업에 치우친 수산아이앤티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보안솔루션 개발에 많은 힘을 쏟았다. 그는 “3년동안 투자한 결실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해 모바일 이메일 보안 솔루션 미가드(ME.Guard)와 SSL통신 복호화솔루션 이워커(eWalker) SSL 등 4가지 보안 솔루션을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고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정석현 회장이 이승석 대표를 찾은 이유처럼 수산아이앤티는 기술을 개발하고 보호하는 데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69명 중 42명(61%)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그리고 특허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들을 장려한다.

이 대표는 “특허보상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이 특허를 출원하거나 등록하면 회사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등 보상시스템을 마련했다”며 “현재 수산아이앤티 이름으로 등록된 특허만 85개고 업계에서 지금까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특허를 통해 진입장벽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수산아이앤티의 성공비결을 전했다.

◆ 공모자금 195억,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공략에 활용⋯“대기업 기여형 모델이 되겠다”

수산아이앤티는 이번 상장을 통해 모인 공모자금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195억 5000만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기존 제품 기능을 강화하고 모바일 보안 관련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통신업계에 대한 선망이 높다”며 “최근에는 베트남에 보안솔루션 이워커(eWalker) V7버전과 모바일유해차단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술 중심의 사업확장을 통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모델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통신사라는 거대기업과 오랫동안 협력할 수 있었던 데는 기술에서 대체불가능한 지위를 확고히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통신사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기술을 제공하며 일방적인 ‘대기업 종속형’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대기업 기여형’ 업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수산아이앤티의 주당 공모가는 1만1500원이다. 기존 공모희망밴드는 1만500~1만1500원이었다.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확정된 것이다. 지난달 22일에서 23일 사이 진행된 기관대상 수요예측에서는 157.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서 29~30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산아이앤티의 자본금은 25억원이다. 주요 주주는 정보윤(9.92%), 정은주(9.63%), 안정재(9.58%), 정은아(9.04%) 등 15인으로 구성돼 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수산아이앤티 매출은 통신협력사업에 집중되어 시장의 각종 변동에 대처 능력이 약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위험요소로 지적됐다.

지난해 수산아이앤티의 매출액은 140억원, 영업이익은 4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액 76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15.2%, 52.6% 증가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