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포털업체 프리챌이 첫 게임 '투워(2WAR)'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 별안간 힙합 댄서 두명이 등장했다.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 힙합 가수 '듀스'의 음악에 맞춰 격렬한 춤을 췄다. 기자들은 프리챌이 돈을 아끼기 위해 무명(無名) 댄서들을 섭외해 축하 공연을 하는 줄 알았다. 그 때였다. 행사를 진행하던 아나운서가 손으로 댄서 한 명을 가리키며, 취재진을 향해 외쳤다. "이 분이 바로 프리챌의 손창욱 대표이사입니다."
손창욱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프리챌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그에게는 '춤추는 20대 CEO', '비보이 출신 사장'이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 도중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난해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힙합 댄서 출신이라는 사실은 손 대표를 유명인으로 만들어줬지만,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있었다. 80억원 적자를 내던 프리챌을 흑자 전환시켰음에도 사업적 성과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프리챌을 흑자 기업으로 만들어놓고 퇴사한 손 대표는 2010년 소셜 카지노 게임업체 미투온을 창업했다. 소셜 카지노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가상의 카지노 게임을 말한다. 게임 안에서 현금 결제로 가상 화폐(게임 머니)를 살 수 있지만 가상 화폐를 실제 돈으로 환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5일, 서울 논현동 미투온 본사에서 손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 한켠에 놓인 간이 침대가 눈에 띄었다. 게임 개발을 하다보면 회사에서 밤샐 일이 많다는 손 대표는 "코스닥시장 상장(10일)을 앞두고있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 2만원 들고 상경한 서울대생, 서른살에 프리챌 CEO 되다
손 대표는 1976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투병으로 생활고에 허덕였다는 그는 "가난의 사슬을 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한편, 밤마다 옥상에서 홀로 춤을 췄다"고 말했다. 춤은 가난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었다.
"1995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 합격해 2만원을 들고 상경했어요. 차비를 내고 나니 1만5000원도 안 남더군요. 생활비와 학비를 동시에 벌어야 했기 때문에 주유소, 택배, 학원 출강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8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손 대표는 대학교 2학년 때 힙합 댄스 동아리 '히스(HIS)'를 창단했다. 길 위에 장판을 깔아놓고 공연하는 바람에 '장판 위의 스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학업·아르바이트·동아리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학창 시절을 보낸 손 대표는 2002년 넥슨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갤러그', '스트리트파이터', '1942' 등 오락실 게임을 워낙 좋아했기에 PC 게임 개발도 즐겁게 했다. 2년 뒤인 2004년, 손 대표는 넥슨 재팬의 게임 개발실장을 맡아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을 일본 시장에 서비스했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물 아홉살이었다.
"넥슨 재팬에서 근무하는 동안 정말 즐겁게 일했습니다. 실적도 괜찮았어요. 그러다 2005년 2월 투병 중이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한참 방황하고 있는데 프리챌에서 대표이사직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프리챌은 커뮤니티의 '유료화'라는 무리수를 둬 싸이월드에 밀린 지 오래였다. 연간 적자가 80억원에 달했고 160억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손 대표는 프리챌을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 포털에서 동영상 중심 포털, 즉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포털 사이트로 바꿔놓았다. 프리챌은 2009년 상반기 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고, 손 대표는 4년 간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자 회사를 나왔다. '창업'에 도전할 때라고 생각했다.
◆ "현재 기업 가치 저평가...풀하우스카지노 美·中·日 출시할 것"
2010년, 손 대표는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홍콩에 출장을 갔다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텍사스홀덤(포커 게임의 일종) 경기 중계를 보게 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월드시리즈오브포커(WSOP) 대회였다. 경기에 완전히 매료된 손 대표는 카지노를 PC 게임으로 구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해 6월, 집 전세금 2억원을 빼 미투온을 창업했다.
미투온은 설립된 지 3개월만에 PC 게임 '풀팟홀덤'을 출시했다. 페이스북과도 연동해 소셜카지노 게임의 특성을 살렸다.
"풀팟홀덤을 홍콩에 서비스하면서 2011년 현지 게임 퍼블리싱 업체인 '메모리키(Memoriki)'로부터 300만달러를 투자 받았어요. 메모리키는 당시 홍콩 게임 퍼블리싱 업체 가운데 탑3 안에 들었던 회사에요. 그리고 약 1년 뒤, 메모리키는 미투온에 인수합병됐습니다. 투자한 회사를 역으로 인수한 거죠."
미투온은 지난해 2월에는 종합 카지노 게임 '풀하우스카지노'를 출시했다. 테이블 게임, 슬롯게임 등 총 31개의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풀하우스카지노는 출시 후 18개월 연속 홍콩의 모바일 소셜카지노 게임 중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홍콩과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누적 가입자 수가 310만명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법규상 이용할 수 없다.
손 대표는 "실제 마카오의 카지노를 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테이블에 12명이 둘러앉아 게임을 하는 듯한 그래픽을 구현했다.
풀하우스카지노는 올해 11월 중국과 일본에 출시된다. 중국 본토 진출을 위해 최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퍼블리싱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분기부터는 중국과 일본에서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손 대표는 전망한다. 향후 2년 안에 중국에서 2000만건, 일본에서 35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게 목표다.
미투온은 내년 상반기 중 풀하우스카지노를 미국에서도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의 소셜 카지노 업체 한 곳을 인수하기 위해 물색 중이다.
이 외에도 미투온은 내년 상반기 중 가상현실(VR) 소셜 카지노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VR 전문 게임업체의 지분을 인수, 계열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미투온은 올해 매출액 200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8억원, 56억원이었다.
지난달 26~27일 실시한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1.15대1에 그쳤다. 청약 미달을 간신히 면한 것이다. 투자자들의 미투온의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 큰 관심을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미투온은 현재 기업 가치가 1138억원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 업체 28개 가운데 23위에 그친다"며 "그만큼 기업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서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더블유게임즈를 의식한 듯 "북미 소셜카지노 시장은 성장세가 더딘 반면, 미투온의 주력 시장인 아시아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블유게임즈의 북미 지역 매출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