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사진)씨와 딸 신유미(33)씨가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頂點)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8%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 모녀의 지분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다가 이번 검찰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서씨 모녀의 지분이 신 총괄회장의 두 아들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1.6%)과 신동빈 롯데 회장(1.4%)보다 더 많고, 지분 가치는 7000억원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대체 서씨 모녀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지분을 갖게 된 것일까.

6일 롯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1997년에 처음으로 서씨 모녀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6%를 넘겨줬다. 당시 지분은 주당 50엔(약 500원)의 액면가로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지인에게 맡겨 놓고 있던 지분을 되찾아 서씨 모녀에게 준 것"이라며 "특히 총괄회장은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은둔 생활을 하다시피하는 서씨 모녀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커 이에 대한 배려 차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환갑 나이에 얻은 막내딸 유미씨를 각별히 아끼고 챙겼다고 한다. 신 총괄회장은 2003년에도 지분 3.2%를 서씨와 유미씨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서 만든 경유물산이란 회사에 넘겼다.

이날 서씨 모녀의 '6.8%' 지분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서씨 모녀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통해 그룹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신동주·동빈 형제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씨 모녀는 그룹 경영권 다툼이 한창이던 지난 3월 '7500억원에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8%를 전부 인수하겠다'는 신동주 회장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서씨 측은 신동빈 회장 측에 이 지분의 인수를 제의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새로 확인된 지분 구성을 보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주주 비율이 조금 줄어든 것으로 나오지만, 의결권이 없는 투자회사 지분을 감안하면 지금도 과반수가 신 회장 지지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서씨 모녀는 경영 관여보다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한 매매 차익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