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경기 장기 침체로 선박 수주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조선소의 일감이 중국·일본 조선소보다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조선·해양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9월 한국 조선소 수주잔량이 223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2003년 8월(2161만CGT)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작년 10월 한국 조선소의 수주 잔량 기록이 3242만CGT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주 가뭄이 본격화된지 1년 만에 1008만CGT 줄었다.

중국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작년 10월 4128만CGT에서 올해 9월 3416만CGT로 641만CGT 감소했다. 일본 조선소의 경우 같은 기간 2484만CGT에서 2111만CGT로 373만CGT가 줄었다. 한국 조선소의 수주잔량 감소폭이 중국, 일본보다 1.5~2.7배가량 크다.

이에 따라 세계 수주잔량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수주잔량 비중은 한국이 작년 10월 28.1%에서 올해 9월 23.8%로 4.3%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국과 일본의 올해 9월 수주잔량 점유율은 각각 36.5%와 22.5%를 기록해 0.7%포인트, 0.9%포인트씩 증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의 일감이 중국, 일본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이유는 수주량 차이도 있지만, 한국 조선소의 경우 대형 선박의 건조와 인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올해 수주량은 각각 125만CGT, 320만CGT, 102만CGT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한국은 지난 9월 한 달간 천연액화가스(LNG) 운반선 2척, 석유제품운반선 1척 등 18만CGT를 수주해 크루즈선 2척(27만CGT)으로 가장 많은 수주실적을 낸 독일의 뒤를 이었다. 중국은 10만CGT(8척), 일본은 2만CGT(1척)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일부 선종의 경우 선가가 상승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가격은 올해 8월 1척당 4175만달러에서 9월 4200만달러로 올랐다.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1만9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가격도 척당 50만달러씩 상승했다.

반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의 가격은 척당 100만달러씩 내려갔다. LNG운반선 가격도 척당 50만달러 하락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바다에 떠있는 배뿐 아니라 조선소에서 짓고 있는 배도 많은 상황이라 당분간 선박 과잉 공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 경기 회복은 최소 2018년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