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 마감일인 4일, 대기업 몫으로 주어진 특허권(3장)에 예상대로 롯데·현대백화점·SK네트웍스·HDC신라·신세계 등 5개 업체가 모두 도전장을 던졌다. 중소, 중견기업 몫으로 별도로 배정한 한 곳의 면세점 입찰에도 신홍선건설, 엔타스, 정남쇼핑, 탑시티, 하이브랜드 등 5개 업체가 참여하며 예상밖 흥행에 성공했다.
관세청은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중순 신규 특허를 내줄 사업을 일괄 발표한다. 이에 따라 내년말이 되면 서울 시내면세점은 현재의 9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난다. 일각에서는 과잉 경쟁 논란도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입찰에 나선 곳은 롯데면세점이다. 오전 9시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6월 말 영업을 중단한 잠실 월드타워점을 입지로 내세운 '보세판매장(면세점) 설치 운영 특허 신청서'를 제출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신사업TF팀이 이날 아침 6시 30분쯤부터 서울시 강남구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대기하며 첫 신청을 노렸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신청에 앞서 장 대표, 문근숙 노조위원장, 월드타워점 폐점 이후 휴직과 타점 근무 중인 직원 100여명이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123층 전망대에 올라 특허 재탈환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말 특허 심사에서 사업권을 잃어 지난 6월 말 영업을 중단했다. 롯데면세점은 1300여명의 직원들을 타점포 배치·순환 휴직하며 올해 하반기 시내 면세점 추가 입찰을 준비해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두 번째로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면세점 사업을 위해 신규 법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세운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가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을 찾아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백화점이 내세운 입지는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이 대표는 신청서 제출한 직후 "지난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후 1년여간 절치부심한 만큼, 올해는 사업권 획득을 자신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중국 현지 17개 여행사와 협약을 맺고 중국인 관광객(유커) 200만명의 한국 방문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 신세계디에프·HDC신라도 오전 중 대표이사가 직접 찾아 신청서 제출
지난해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특허를 얻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세계디에프와 HDC신라면세점도 이날 오전 중 대표이사가 각각 신청서를 제출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사장)는 10시 20분쯤 서울본부세관을 찾아 신청서를 냈다.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약 1만3500㎡(4100평) 규모의 신규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센트럴시티의 쇼핑과 관광 인프라를 활용해 관광객 수요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성영목 사장은 "'랜드마크 면세점'을 넘어 관광객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는 '마인드마크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HDC신라면세점의 양창훈·이길한 공동대표도 오전 11시쯤 서울본부세관을 찾아 신청서 제출을 마쳤다. 두 공동대표는 "지난해 심사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번에도 현대산업개발의 개발역량과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DC신라면세점이 내건 후보지는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신사옥과 서울시의 잠실운동장 일대 재개발 계획에 힘입어 '밀레니얼 세대'에 주안점을 둔 면세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총 7000억 투자 계획 밝힌 SK네트웍스...한화와 두산은 불참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SK네트웍스 측은 오후 1시 30분쯤 박상규 워커힐호텔 총괄(부사장)이 서울본부세관을 찾아 특허 신청서를 제출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기존 2.5배인 5500평 규모의 면세점을 선보여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특허를 되찾으면 빠르면 1~2개월 내 이전 수준의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SK네트웍스 측은 12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장 인피니티 풀과 스파 시설을 갖춘 1만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워커힐 리조트 스파는 2년 내 완공할 예정이다.
특허 신청서에 담긴 SK워커힐면세점의 향후 5년간 투자액은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반납 이전 시행한 매장 확장 공사 비용 1000억원을 감안할 때 시내 면세점 특허 재탈환을 위해 7000억원 상당을 투자한 셈이다.
마지막까지 입찰 여부를 고심하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두산 측은 끝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불참을 공지했다. 한화 관계자는 "기존 여의도 갤러리아63 면세점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두산 또한 오후 1시쯤 "현재 운영 중인 동대문 두타면세점 안정화에 치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 예상 밖 흥행 중소·중견 면세점은 총 5곳 신청
흥행 실패가 우려됐던 서울 시내 중소·중견 면세점 입찰 경쟁도 뜨거웠다. 한 자리를 두고 총 5곳이 신청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엔타스, 정남쇼핑, 하이브랜드, 씨티플러스, 신홍선건설이 격돌한다. 지난해 입찰에 참여했던 유진, 파라다이스, 세종호텔 등은 불참했다.
엔타스면세점은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항 국제 여객터미널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선 서울 서대문구 신촌을 부지로 내세웠다. 정남쇼핑은 서울 명동을 입지로 잡았다. 입찰에 성공하면 운영 중인 4층짜리 쇼핑몰을 7층 규모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정남쇼핑은 현재 명동과 김포공항 등지에서 사후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하이브랜드도 지난해 6월 신규면세점 특허 신청에 이어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 5월 김포공항 면세점 주류·담배 운영 사업자로 선정된 시티플러스도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홍선건설은 동대문제일평화시장과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도전했다. 최근 증축한 제일평화시장 6, 7층을 입지로 제시했다. 동대문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펀딩 형태로 투자금의 60%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