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에서도 학부생들은 반도체칩 한번 만들어보지 못하고 칠판에서 이론 교육만 받고 졸업합니다. 기계를 본 적도, 다뤄본 적도 없으니 당연히 기업에선 도대체 대학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김형준〈사진〉 교수는 현행 공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나친 이론 중심 교육을 꼽았다. 김 교수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 등을 지낸 국내 반도체 전문가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모든 공대가 굉장히 이론적인 서울대 공대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공학 교육이 이론적인 지식 함양에 편중돼 기초과학이 중심인 자연대 교육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대안으로 "연구 중심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별로 교육과정을 차별화하고, 이론 교육보다는 회사에 적응을 잘할 수 있는 실무와 기초 교육을 강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연계한 실습 위주의 교육, 다른 학문과의 융합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주입식 교육에서도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생각과 소신이 없는 사람은 창의적일 수 없다"며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라는 '공대 스피릿(spirit·정신)'을 강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에서 A+ 학점 받는 방법은 교수 강의를 녹음해 농담까지 다 받아 적은 뒤 시험문제가 나오면 그대로 쓰는 것이라고 한다"며 "또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도 아무 생각 없이 '모르겠다'는 답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주입식 반복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이 틀리지 않는 공부, 실수하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과학 발전의 큰 장애 요인"이라며 "정답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