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두이(排隊·줄을 서세요)!"

지난 1일 서울 경복궁 매표소 앞. 중국 국경절(10월 1~7일) 연휴를 맞아 매표소 앞 광장이 한국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대형 관광버스가 쉴 새 없이 관광객들을 내려놓으며 일대 도로가 혼잡을 빚자, 안내 직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파이두이"를 외치기도 했다. 관광업계가 올해는 지난해 국경절 기간보다 4만명 늘어난 유커 25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가운데, 연휴 첫날인 1일 서울 주요 관광지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은 모두 3만1380명으로, 3명 중 1명꼴인 1만47명이 중국인이었다. 경복궁 관계자는 "평소 주말 관람객이 2만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오늘은 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관람객이 1만명 이상 늘어났다"고 했다.

경복궁에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인근 식당 토속촌은 삼계탕을 먹으려는 유커들로 줄이 150m나 늘어섰다. 식당 앞에서 만난 중국인 리춘(李春·23)씨는 "중국 여행 정보 앱에서 '경복궁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왔는데 나 같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면세점·백화점 유커들로 북새통

유커들이 많이 찾는 면세점·백화점도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5월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한 판매 사원은 "개점 이후 이렇게 바빴던 날이 없었다"며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들은 일찌감치 동나버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 옥상에 높이 8m짜리 스타워즈 캐릭터 '다스베이더' 조형물을 설치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당초 팬더, 복주머니 등을 고려했지만 최근 스타워즈가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2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입구가 우산을 든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10월 1~7일) 기간 동안 전년보다 4만명 늘어난 25만명의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 유커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명동 관광경찰대는 국경절 연휴 기간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1시간씩 연장했다. 관광경찰대 명동센터 관계자는 "중국어·일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관련 사건과 신고 접수에 바짝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주요 쇼핑센터와 관광지에 경찰 300명을 투입했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의 동부경찰서는 무단횡단, 쓰레기 투기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무질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국경절 기간 주요 관광지에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벌어졌을 때 대응하기 위해 직원용 중국어 회화책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작년 국경절보다 매출 20~30% 늘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고 있지만 유커들이 지갑을 여는 덴 영향이 거의 없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첫날인 지난 1일에만 서울 주요 면세점·백화점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0%씩 뛰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 관계자는 "지난 29일부터 1일까지 사흘간 유커 매출이 전년 대비 28% 올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중국인 매출이 52%나 급증했다. 용산 HDC신라면세점도 2일 오전에만 관광버스 50여대가 몰리면서 주차 대란이 벌어졌다. 아이돌 가수 지드래곤을 모델로 내세운 의류 브랜드 에잇세컨즈 명동점은 1일 하루에만 유커 1만1200명이 매장을 찾아 제품을 싹쓸이해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기간 중국 각지에서 중국의 인터넷 스타인 '왕훙(網紅)' 13명을 초청해 한국의 관광지 홍보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