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와 삼성전자 기어핏2 등 웨어러블 기기는 당뇨병 환자나 심장 질환자한테는 쓰임새가 높지 않다. 웨어러블 기기의 강점은 맥박이나 체온, 심박동 등 건강 정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만성 질환자에게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현재 나와 있는 웨어러블 기기는 어떤 형태로든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활동에도 제약이 있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기어핏2'

과학자들은 신체, 생리 지표와 운동량만을 측정하는 헬스케어 용도의 웨어러블 기기를 뛰어넘어 환자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 스탬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칩이나 캡슐, 패치 등을 인체 내부에 이식하거나 피부에 붙여 환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패치,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인 심부전증 환자의 심장에 부착하는 심장 자극기 등이 이르면 수년 내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 생체 지표 데이터 수집하고 약물까지 전달하는 전자 패치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2016에 참가한 미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인 MC10은 두께가 0.3cm에 불과한 반창고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뇌와 근육, 심장, 체온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이 반창고는 한번 충전시 36시간 작동한다.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능까지 탑재해 스마트폰 등 기기와 연동도 할 수 있다.

MC10은 최근 구글, 로레알과 함께 '바이오 스탬프'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사가 국내 바이오 센서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IBS 연구진이 개발한 피부에 붙이는 당뇨 패치

지난 4월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연구진은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혈당 조절 약물을 피부로 투여할 수 있는 그래핀 기반의 전자 당뇨 패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당뇨병 환자들은 매일같이 바늘을 찔러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연구진은 그래핀 복합체를 활용한 전기화학 센서와 미세한 약물 침을 결합해 당뇨 패치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투명도가 높은 그물망 구조의 금박 위에 금으로 도핑한 그래핀을 붙이고, 산성도‧습도‧압력 및 당 측정 센서들을 결합해 혈당 측정용 전기화학센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 혈당조절 약물을 담은 미세 약물침과 온도센서‧전기히터를 결합한 약물전달시스템을 추가, 혈당 측정‧조절이 모두 가능한 전자피부를 구현한 것이다.

이 연구에는 MC10의 연구진도 참여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대형 서울대 교수(IBS 연구위원)는 "당뇨 패치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들은 당 측정 외에도 다양한 바이오센서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며 "3년 뒤 상용화를 위해 연구에 참여한 MC10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은 또 올해 초 스티커처럼 피부에 붙일 수 있는 소자도 개발했다. 원래 형태에서 크기가 20% 더 늘어나도 심전도와 심박수를 정확하게 측정해 정보를 저장하는 손목에 붙이는 '심장 모니터링 전자피부'다.

기존에 붙이는 전자 소자는 휘어지거나 늘어나면 기록된 데이터가 유실됐다. 연구진은 금 나노입자를 층층이 쌓아 수백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두께의 단결정 실리콘을 활용해 소자를 만들었다. 금 나노입자를 이용해 저장 효율을 높이고 얇은 기판에 단결정 실리콘을 올려 2000번 변형을 가해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소자를 개발한 것이다.

◆ 그물 형태로 심장을 감싸는 바이오 패치...소재 배터리 개발도 한창

체내에 이식하거나 장기에 붙이는 바이오 패치 시스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몸 바깥에 착용하거나 붙여 단순히 건강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환자를 살리는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심부전증을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 심장 자극기. 그물 모양의 메쉬 소재로 만들었다.

김대형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최근 심장에 전기 자극을 일정하게 전달해 규칙적으로 심장 박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 심장 자극기'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은나노선을 기반으로 그물 형태의 메쉬 소재를 만들고 심장 외부를 감싸는 전극 형태의 자극기를 고안했다.

심장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근의 전기 신호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체내에 혈액을 공급한다. 심근육 혈관에 혈전이 생기면 심근경색이나 심장 박동이 불규칙적인 심부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자극기는 심장 전체에 전기 자극을 일정하게 전달해 수축을 돕는다. 심장이 이완할 때는 부드럽게 늘어나 이완을 방해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전극이 닿는 일부분만 자극해 효과가 낮았던 기존 자극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물망 형태의 전극을 심장 전체에 감싸 심장 박동을 규칙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자극기가 심장에 장시간 붙어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독성을 차단하기 위해 은나노선에 금을 도금하는 방식을 택했다. 심근경색을 유발한 실험 쥐에 적용한 결과 미세한 전기 자극으로도 심장이 규칙적으로 뛸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인체 내에서 잘 견딜 수 있는 소자에 대한 연구도 국내에서 진행중이다. IBS의 첨단연성물질연구단 바르토즈 지보브스키 그룹리더는 습한 환경에서도 작동하면서 휘어지는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는 금속 입자를 최근 개발했다. 연구진은 양전하와 음전하를 띠는 분자로 금 나노입자를 맞붙여 전자가 한쪽으로만 흐르는 소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자를 응용하면 반도체를 이용하지 않고도 바이오 센서를 만들 수 있다.

지보브스키 박사는 "염분과 습기가 있는 환경에서도 구동되기 때문에 향후 심장이나 신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내 회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체내에 이식하는 바이오 센서가 기존 배터리를 넣지 않고도 반영구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음식에 있는 포도당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