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산유국인 콜롬비아는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5%(IMF 예측)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브라질(-3.7%), 아르헨티나(-1%)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다. 콜롬비아는 유가가 하락하기 전만 해도 5%에 가까운 안정적인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콜롬비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글로벌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악재로 다소 위축되긴 했으나 정부 차원의 투자 유치 확대 정책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외국인 투자 유치액이 163억달러(18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석유·광업 투자 비중이 39.5%로 가장 높았다. 최근에는 제조, 금융, 물류, 유통 등도 외국인 투자 유망 분야로 꼽힌다.

52년간의 내전 종식이 국민투표 부결로 불투명해져 콜롬비아의 치안은 여전히 불안하다. 콜롬비아 페소화 약세와 물가 상승 등 대내적 악재도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미국 달러 대 콜롬비아 페소 가치 하락으로 콜롬비아 현지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콜롬비아 한 시장에서 상인이 달걀을 팔고 있다.

◆ 평화협정으로 내전 끝났지만 외국인 피살·마약전쟁 등 치안 불안 여전 

올해 9월 26일(현지시각) 콜롬비아 북부 해안 도시 카르타헤나에서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로드리고 론도뇨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지도자와 함께 반기문 UN 사무총장,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총알 탄피를 녹여 만든 펜으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2일 콜롬비아 국민 투표 결과 찬성 49.76%, 반대 50.23%로 협정 자체가 부결됐다.

코트라 보고타무역관은 “평화협정이 이뤄지면 반군 점령지역을 중심으로 한 미개발지역 인프라 구축, 도시개발 및 지역상권 형성, 사회복지 인프라 구축 확대가 가능하다”며 “2~3% 수준의 연간 GDP 추가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평화협정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이 더 크다. 콜롬비아는 아직 외국인이 안심하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올해 9월 23일 콜롬비아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깔리에서는 네덜란드인이 무장괴한 2명의 습격을 받고 피살됐다. 깔리 시내 이발소를 나오던 중 예상치 못했던 변을 당한 것이다. 콜롬비아 현지 언론에는 경찰과 마약사범의 전쟁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장광옥 LG CNS 콜롬비아법인장은 “콜롬비아는 기후가 다양하고 삼면이 바다라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면서 “아직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치안과 물류는 문제”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있는 주택들은 높은 담장과 전기선을 이용해 외부인의 침입을 차단하고 있다.

◆ 한-콜롬비아 교역 감소…저유가·환율 문제 해결이 과제

콜롬비아는 원자재 중심의 수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유가가 회복되지 않는 한 경제의 불안정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콜롬비아 페소화 평가절하는 당초 제조업 수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계·기자재·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동차, 철강, 플라스틱 산업의 수출경쟁력은 오히려 악화됐다.

미 달러당 콜롬비아 페소 환율은 2012년 1700페소대 후반에서 올해 3월 두배 수준인 3500페소까지 뛰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부담 증가는 전반적인 내수경기에 악재로 작용한다.

콜롬비아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콜롬비아 수출액도 2014년 15억9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억2900만달러로 25.2% 감소했다. 주요 수출품목인 승용차(-15.3%), 자동차부품(-24.0%), 합성수지(-37.6%), 타이어(-42.2%) 등이 부진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외국인 투자 신뢰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불린다. 지금까지 미국, 스페인, 영국, 캐나다 등 미주·유럽 국가들이 대콜롬비아 외국인 투자를 주도했다. 광물, 유전개발은 물론 건설, 전력, 가스, 유통에 투자가 집중됐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7억달러)의 투자 비중이 가장 컸고, 한국(3.2억달러)과 중국(2.2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코트라는 “석탄,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개발과 투자 수요 증가로 유전탐사 및 광구개발에 외국기업 참여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내 전경.

하지만 사업운영 주체의 불투명성과 복잡한 행정절차, 반복적인 프로젝트 추진 등 사업여건 악화는 우리 기업들이 콜롬비아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정훈 코트라 보고타무역관장은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가깝고도 먼 나라”라며 “우리나라와 지리적, 심리적,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 관장은 “한-콜롬비아 FTA 발효 이후 우리측은 관심이 많지만 제조 기반이 약한 콜롬비아는 그렇지 않다”면서 “서로 윈윈하는 FTA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협력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EU와 FTA 체결 이후 콜롬비아의 수입은 늘어난 반면 수출은 줄었다. 이에 따라 콜롬비아 국민 사이에선 FTA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한-콜롬비아 FTA 역시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무역협정이 되지 않기 위해 양국 정부·기업인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