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체 사업자의 99.9%를 차지하는 중소 , 중견기업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는 더욱 커져 2015년 기준 중소기업 종사자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0%, 제조업만 놓고 보면 대기업의 거의 절반 수준(54.1%)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청년 실업 문제가 사회 이슈화 되고 있는 와중에도 중소기업은 극심한 인력 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동반성장 등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피부로 느끼는 중소기업들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풀뿌리이며, 중견기업은 우리 산업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다. 학계의 중소, 중견기업 전문가, 그리고 중기 산업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정책파워들로부터 중소, 중견기업들의 현안 해법을 듣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주]

“최근 10년 동안 중소기업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는 각기 23.5%, 17.8%씩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우리 경제에 미친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제조업 기준)는 겨우 3% 늘었습니다.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 숫자가 너무 많고 대기업들의 이익 독점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부터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광태 고려대 교수(경영대학)를 만나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채용 난 등 중소기업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박광태 교수는 자금, 우수 인력, 마케팅, 해외 판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안들을 풀기 위해서는 ‘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은 협력사인 중소기업에게 적정 수익을 보장하고, 중소기업은 혁신을 통한 매출 증대로 대기업에 화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이 강조됐지만 대기업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행위는 아직도 보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태 중소기업학회장(고대 경영대학 교수)은 “대-중소기업 이익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해 얻은 이익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사상 최고의 청년 실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을 겪는데 임금 격차 해소 방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노력해서 전체 시장을 키우고 여기서 얻은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즉,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생태계 기반의 상생협력을 통해 이익률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면 중소기업은 지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우수 인력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론 협력회사에 적정한 납품 단가가 보장되지 않고 이익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쏠려 대-중소기업간의 이익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이 대기업의 80%수준은 돼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 중심의 우리 경제 구조가 중소기업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나.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그간의 국가에 대한 대기업들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최근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먼저 대기업들이 금융과 인력 등의 우수 경영 자원을 상당 부분 점유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계속 증가해 2015년 710조 원을 넘을 정도로 대기업은 돈이 넘쳐 나는데도 중소기업은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극심한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

정권 마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폈는데 잘 안되고 있는 이유는.

“가령, ‘몇 년까지 몇 개 달성’이라는 수치에 의존한 보여주기식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미래에는 무엇이 중요한 산업으로 대두될 지, 그리고 현재의 산업을 어떻게 하면 이 미래의 중요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변환시킬 지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단기 이슈에 우선적인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정책제시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소, 중견기업들이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신드롬’은 어떻게 타파할 수 있나.

“중소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이 되는 순간 중소, 중견기업으로서 받는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중소 중견기업에 안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혜택에 대한 일몰 기간을 정해 중소 중견기업 스스로 대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의 사다리를 순조롭게 넘어가도록 정책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동시에 대기업도 생태계 기반의 상생협력 차원에서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다해 중소 중견기업이 닮고 싶은 롤 모델로서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21세기 대한민국 경제에서 왜 중견, 중소기업이 새로운 견인차가 되어야 하는지, 그 타당성과 가능성은?

“현대 사회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무엇보다 상황에 맞는 빠르고 유연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공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보듯이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신속한 변화를 위한 의사결정이 느리므로 중소, 중견기업이 이러한 점에서는 우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중소기업에서 가장 큰 문제점 3가지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수인재 확보의 어려움일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월등히 낮은 임금과 미래의 불확실성 등으로 우수인재를 유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둘째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이다. 대기업에 비해 낮은 신용도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의 경우는 주식·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의 비중은 2%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은행차입 등 간접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는 중소기업의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대비 중소기업의 수가 너무 많아 중소기업간의 치킨게임으로 가격하락을 초래하고 다시 이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나타나게 된다."

최근 들어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논의가 한 풀 꺾였는데, 현재 동반성장 현황에 대한 의견과 활성화 방안은?

“그동안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많은 성과도 이루어냈으나 평가 지표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측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평가대상 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과 불편을 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대-중소기업간 의견을 수렴해 공동구매, 국내외 판로개척 등 새로운 상생프로그램을 만들 상생협의체를 실무자 중심으로 구성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용이 용이하면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산업이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고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8%에 불과하고, 생산성은 제조업의 42.7%에 불과하다. 그 이유와 해법은?

“외식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 분야 종사자가 너무 많다. 이들 중 상당수 인원을 금융, 물류, 통신, 의료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재교육과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기키 위해 정보 기술의 활용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규 아이디어 사업들이 정부 규제에 막혀 좌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실험 공간인 규제 프리존(특정 지역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제도)을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 아마존이 드론을 이용한 무인 택배 사업을 하려다 미국 내 규제에 난항을 겪자, 일본 지바현이 아마존을 유치하기 위해 업무협약 체결 후 40일 만에 방해가 되는 모든 규제를 철폐한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바람직한 방안을 얘기해달라.

“대기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맡고 중소기업은 그 오케스트라의 연주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본다. 말하자면, 대기업은 자격을 갖춘 중소기업의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플랫폼 관리 역할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중소기업은 혁신을 통한 매출증가로 대기업에 화답해야 한다. 다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상생에 따른 이익과 정보의 공유를 통해 상호 신뢰를 형성하여야 한다.”

◆박광태 교수
중소기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광태 교수(55) 전공은 생산관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다루는 공급 사슬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공저서로 생산관리의 대학교재인 '오퍼레이션스 경영-생산·서비스·SCM'이 있고, 공역서로 '공급사슬관리-전략, 계획 및 운영'이 있다.
논문으로는 'SCM(공급사슬관리)에서의 관계관리-관계관리 변수의 속성을 중심으로', '구매업체와 공급업체간의 관계관리 효율성에 대한 연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방안-공유가치창출(CSV) 관점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위한 성공요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