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녹색성장 GCF 발언권 없이 '건물만'
박근혜 정부 새마을운동 IFAD 110억 '김칫국 배정'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는 '녹색 성장'을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하며 환경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UN(유럽연합) 산하 기관 국제기구 GCF(Green Climate Fund)의 사무국 유치를 성공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2016년 현재, 우리나라는 GCF 내 의사 결정권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언권까지 박탈된 상태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국정 과제인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위해 개발도상국의 농업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UN 재정기관 국제기구 IFAD(International Fund for Agricultural Development)에 1000만 달러(110억원)의 차관 공여를 추진했다. 그러나 IFAD와의 공식 협정 없이 섣불리 추진돼 예산 전액을 한푼도 쓰지 못했다.

지난 6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4조1092억원의 분담금을 냈지만 홍기택 전 부총재의 휴직으로 '한국 몫 자리'가 날라간 가운데, 다른 국제기구에 대해서도 정부의 미숙한 운영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기구를 정권의 핵심 과제 성과를 위한 '입맛 맞춤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GCF 사무국

◆ GCF 의사결정권 없이 예산만 '투입'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GCF는 190여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 한국이 국제기구 본부를 유치한 첫 사례라 큰 화제가 됐다.

GCF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실무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당시 사무국 유치를 위해 동북아시아 개도국 몫으로 배정된 이사국 자리 한 곳을 중국에 양보했다. 그대신 우리나라는 중국의 대리이사국 자리를 맡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는 대리이사국(이사국이 참여하지 못할 때 대신 참여해 발언은 하지만 의결권은 없음)자리 마저 몰디브에 뺏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사국·대리이사국 지위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GCF 의사 결정에 '발언권'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런 권한 없이 '건물'만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인증기구 확보도 난항을 겪고 있다. GCF 사업은 인증기구가 사업 추진 주체가 돼 사업을 발굴하는 체계다. 현재 GCF에는 33개의 인증기구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한 곳도 인증 받지 못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인증기구 신청을 한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료=기획재정부

반면 미흡한 후속 조치에도 정부의 GCF 예산은 계속 투입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UN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GCF에 대한 최대 1억불(약 1125억원) 공여를 발표했다. 이후 매년 약 1000만 달러(약 112억원)을 공여해 현재까지 2500만달러(약 281억원)를 투입했다.

우리나라는 GCF 유치 당시 매년 38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했다. 단기적으로 5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생기며, 매년 1000억 달러의 기금이 조성되고, 녹색기술산업 발전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대 효과 달성은 미흡한 상태다. 올해 3월말 기준 GCF의 정규직은 46명(한국인 11명)이며, 총 근무 인원은 약 127여명(한국인 27명)이다. 사업 추진 결과도 우리나라는 지난 4년간 GCF 유치 후 1건의 제안 모델 사업만 승인 받았다. 지난 2014년 한국-ASEAN 정상회의가 GCF 협력사업으로 우리나라가 제안한 에너지신산업 모델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를 활용한 전력공급을 페루 아마존지역에서 시행하는 사업을 승인한 것이 유일하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GCF 사무국 조직은 단계적으로 커져 내년 정규직이 65명이 된 후 140명까지 늘리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정부도 계속 GCF의 국내 정착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4년 동안 준비를 해서 작년에 처음 기후변화 사업 모델을 승인을 받았고, 향후 이사국·대리이사국 지위도 맡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GCF가 앞으로 순항할지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현 정권이나 차기정권이 이미 흘러간 정권의 '녹생 성장'에 대해 관심이 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온 후 청와대에서는 녹색 성장 담당 수석실이 아예 사라졌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녹색성장위원회는 총리실로 격하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이후 한번도 녹색 성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전 정권과의 '단절'이 국제기구의 운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012년 GCF 유치를 담당했던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 측 관계자는 "GCF는 이명박 정부 때 '녹색 성장'으로 각광 받던 것이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이 중요한데, 박근혜 정부로 들어오면서 '녹색 성장' 용어 자체가 없어졌다. 정부가 전 정권 사업에 대한 후속조치가 미흡한 점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IFAD 공식 협의 없는 상황에서 '110억원' 편성

사진=IFAD홈페이지

박근혜 정부는 전 정권의 업적인 GCF 운영은 소홀히 하고 있지만, 현 정권의 핵심 과제와 연관된 국제기구에는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핵심 과제에 따라 국제기구 종류만 달라졌을 뿐 똑같이 정권 맞춤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015년 IFAD에 1000만 달러의 차관을 공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수출입은행의 융자 사업 신설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110억원의 예산이 2015년도 정부예산안 편성 마무리 단계에서 급하게 반영됐다.

IFAD는 개발도상국의 농업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UN 재정기관이다. 박근혜 정부는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새마을운동 홍보를 강화하며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국 순방에 나서기도 했다. 따라서 정부는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위해 IFAD와의 연계 방안을 모색하며 차관 공여를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예산 편성 이후 독일재건은행(KFW)은 우리나라가 제안한 차관의 10배 이상 규모의 차관을 IFAD에 제안했다. 결국 IFAD는 수출입은행과의 차관협정 체결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고, 사업은 무산돼 예산 110억원은 전액 불용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IFAD의 공식적인 요청이나 양자 간 협정 체결도 없음에도 무작정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GCF, IFAD 예산 편성시 기준환율도 '위반'

정부는 GCF와 IFAD에 대한 예산 편성에서 기준환율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2015년 IFAD 차관 공여를 위해 110억원을 편성할 때 1100원의 원달러 기준환율을 적용했다. 그당시 정부 예산안 편성 기준환율은 1030원이다. 정부가 기준환율을 위반해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정부의 기준환율 위반으로 IFAD 관련 예산은 7억원이 초과 편성됐다.

정부는 같은 시기 GCF 관련 예산도 기준환율을 어겼다. 정부는 당시 GCF 예산 1100만달러(약 123억원)을 배정할 때 기준환율 1030원을 적용하지 않고, 40원 높은 1070원을 기준으로 금액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GCF 관련 예산도 4억4000만원이 초과 편성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산을 반영할 때 실무적 절차에서 당시 환율 기준으로 입력하는 실수가 있었다"며 "올해 예산이 반영되는 지난해부터는 철저하게 제대로 입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