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외국인이 최근 열흘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총 273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의 반등을 노리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지난달 24일 이후 약 한 달만에 690선을 다시 회복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주로 삼성전자 협력사들에 집중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의 폭발 이후 급락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자, 삼성전자에 부품이나 장치를 납품하는 업체들의 몸값도 재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코스닥지수는 장중 한 때 전날보다 0.28% 높은 690.57을 기록했다. 종가는 개인의 매도세 때문에 전날보다 0.27% 낮은 686.76에 그쳤다.
코스닥지수가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을 많이 사들였을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 중 5개가 삼성전자의 협력사였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제조 장비를 납품하는 유진테크(084370)의 외국인 순매수액은 총 130억원을 기록, CJ E&M과 셀트리온(06827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갤럭시노트7에 홍채 인식 모듈을 납품하는 엠씨넥스(097520)의 순매수액은 109억원을, 삼성전자에 플렉시블 OLED용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와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를 납품하는 AP시스템(265520)의 순매수액은 94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를 만드는 리노공업(058470)(74억원)과 반도체·LED 장비 업체 톱텍(108230)(64억원) 역시 최근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꼽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주식을 많이 사들이고 있는 현상이 삼성전자 주가 회복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갤럭시노트7의 폭발 때문에 급락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자, 협력사들의 투자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액이 큰 삼성전자 협력사는 주로 스마트폰보다는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다. 이는 6~8월 계속됐던 삼성전자 주가 급등이 갤럭시노트7 효과로 인한 '거품'이 아니었다는 방증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갑호 교보증권 스몰캡팀장은 "6월 초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한 이유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반도체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반도체주의 반등은 두 달 전 삼성전자 주가가 반도체 덕에 올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업은 여전히 갤럭시노트7와 관련된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반도체 디램 및 NAND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OLED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기금의 IT주 보유 비중이 낮아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주가가 외국인 매수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들어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투자가들이 중소형주 보유 비중을 계속 낮추고 있다"며 "삼성전자 협력사 등 IT업체는 연기금의 보유 비중이 원래 낮은 만큼, 외국인의 매수세에 반등하기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