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재산과 소득이 있는 곳을 따라다닌다. 동네별로 내는 세금을 비교해 본다면 어느 지역에 부(富)가 몰려 있는지 알 수 있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시내 지역별 세금 징수 실적을 분석해 보니, 부의 '강남 3구'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증여세·상속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4가지 세목(稅目)이 서울에서 지역별로 얼마씩 걷혔는지를 비교해 '서울의 세금 지도'를 그려 보았다.

◇상속·증여세, 강남 3구 비중 압도적

최근 부유층에서 "미리 물려주고 상속세를 덜 내자"는 세(稅)테크가 활발하다. 증여세를 물더라도 생전에 재산을 자식들에게 넘겨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작년 서울의 증여세는 총 1조8875억원이 걷혔는데, 강남 3구에서만 9723억원(51.5%)이 걷혔다. 증여세는 재산을 넘겨받는 사람이 주소지 세무서에 낸다. 서울에서 증여로 이전되는 재산의 절반 이상이 강남 거주자들에게 넘어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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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에 소재한 3개 세무서 중 불과 2개동(역삼·도곡동)만 관할하는 역삼세무서에서 거둔 증여세(1426억원)가 강서·강동·구로·금천·양천·동작·관악구 등 7개구에서 거둔 증여세(1369억원)보다 많다. 증여세가 가장 적게 걷힌 곳은 금천구(49억원)인데, 강남구에서 낸 증여세(5511억원)의 1%에도 못 미친다. 종합부동산세의 47.8%, 양도소득세의 45.1%를 강남 3구 주민들이 냈다.

◇물려주는 사람은 '종로', 물려받는 사람은 '용산'에 많아

하지만 부자들이 강남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강북에서 상속세를 많이 내는 지역은 평창동 부촌(富村)을 끼고 있는 종로구였다. 종로구에서는 작년 14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 송파구(813억원)보다 많았고, 서초구(1449억원)와 비슷했다. 상속세는 망자(亡者)의 주소지 세무서에 낸다. 큰돈을 물려주는 노년층들이 종로에 몰려 산다는 뜻이다.

강북에서 증여세는 신흥부자가 많은 이촌동을 안고 있는 용산구에서 많이 냈다. 용산구의 증여세는 2483억원으로 송파구(1014억원)의 배가 넘고 강남구(5511억원), 서초구(3198억원) 다음으로 많다. 성북·서대문·은평·마포·성동·광진·강북·도봉구 등 강북 8개구에서 낸 증여세(2329억원)보다도 많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 강북에서는 용산에 집중적으로 많이 거주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마포, 양도세·종부세 납부 급상승

마포구도 돋보이고 있다. 세수(稅收) 비중으로 보면 크지 않지만 최근 마포구의 양도소득세 납부 실적 증가율은 서울에서 가장 높다. 마포구의 2012년 대비 2015년 양도소득세 증가율은 72.4%로서 서울 시내 평균(38.7%)을 훨씬 웃돌았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마포구는 최근 3년 사이 36.9%가 늘어 강북 지역에서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마포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아직 재산이 많지는 않지만 소득은 높은 젊은 층이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마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상속세·증여세의 강남 3구 비중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편중은 다소 완화되는 추세에 있다. 상속세는 2012년 강남 3구 비중이 56.2%였지만 작년에는 40.3%로 줄었고, 증여세는 64.6%에서 51.5%로 감소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상속, 증여가 비강남권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강남의 비율이 다소 줄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는 강남 3구의 비율이 40.6%(2013년)→43.3%(2014년)→47.8%(2015년)로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