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과 그 뒤에 여진(餘震)이 지속되면서 경주와 주변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큰 놈(지진)이 올 수 있다’는 괴담이 돌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400여차례나 발생한 여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이야기도 돌았다. 부랴부랴 지진보험에 가입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보험사에 쇄도했다.

지진보험은 단독 상품이 없고 화재보험에 가입하면서 별도로 지진손해에 대한 담보를 추가하는 특약(특별약관) 형식으로만 가입 가능하다. 기존 화재보험 가입자도 추후 보험사에 문의해 특약을 추가할 수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서둘러 지진 특약 판매를 중단했다. 특히 동부화재의 경우 경주와 주변 지역뿐 아니라 아예 전국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중단 시점도 12일 지진이 발생한 지 꼭 하루 만인 13일부터였다. 뒤이어 다른 중소형 보험사들도 경주 지역의 특약 판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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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도 사정은 있었다. 바로 약관 때문이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진 특약 약관상 보험 가입자는 최초 발생한 본진(本震)에 대해서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특약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진에 대한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어서 이른바 ‘역선택’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약관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가입자들이 현재의 공포 때문에 보상 받지도 못할 보험에 가입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보험 가입 희망자들에게 설명하지 않고, 일단 판매 중단으로 해결하려는 보험사들의 ‘편의주의’다.

손해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진 특약을 판매할 수 없었던 만큼 이를 고객들에게 차분히 설명하고, 여진이 끝난 뒤 보험에 가입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본진에 대비하라고 안내했으면 이런 비판은 피할 수 있었다”며 “지진 특약 상품이 워낙 소수에게 팔리다 보니 안이하게 생각해 일단 판매를 막아버린 게 큰 실책이었다”고 지적했다.

역선택 우려 속에서도 지진 특약을 팔면서 ‘조만간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니 서둘러 가입하라’며 해당 지역 사람들의 계약을 빨아들였던 다른 일부 보험사들도 할 말은 없다. 약관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보험사나, 공포를 이용해 일단 실적부터 올린 보험사나 보험 가입자를 진정으로 배려한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보험사들은 지진 특약 판매 중단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서둘러 판매 재개에 나섰다. 다만 지진·여진 피해 지역에서의 판매 조건은 까다롭게 바꾸었다. 보험 판매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제대로 알고 가입할 수 있도록 약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다. 이 정도 수고도 하지 않는다면, 보험사들은 제2, 제3의 지진 특약 해프닝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