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욕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듭니다. 전제는 양심을 지킨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품질의 제품이 적당한 가격에 탄생합니다. 너무 간단한가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만난 시에관홍(谢冠宏) 원모어(1MORE Inc) 창업자는 짧은 기간 동안 회사가 급성장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그는 9월 21~22일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16’의 기조강연자 중 한명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시에관홍 원모어 창업자

원모어는 대만 폭스콘 임원 출신인 시에관홍 창업자가 2013년 폭스콘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3명과 세운 음향가전 전문업체다. 샤오미, 에이수스(ASUS) 등의 기업에 이어폰과 헤드폰을 공급한다. 현재 중국 내 이어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시에관홍 창업자는 6대4 비율로 가르마를 탄 헤어 스타일에 안경을 쓴 단정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선한 눈매와 수수한 차림새가 평범한 직장인을 연상시켰다. 폭스콘 재직 당시 애플 ‘아이팟’과 아마존 ‘킨들’ 제조를 주도한 인물치곤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에 돌입하자 시에관홍 창업자는 당찬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으로 돌변했다. 그는 “지난 3년 간 글로벌 시장에서 총 2600만개의 이어폰과 헤드폰을 판매했다”며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2016년 베스트 이어폰’에도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소비자의 본성과 욕구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고 전했다. 예컨대 의외로 많은 사용자들이 이어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채 세탁기를 돌리다가 이어폰을 망가뜨린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실수로 세탁기에 넣어도 망가지지 않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욕구를 발견한 뒤 곧바로 개발에 착수했다”며 “방탄복 제작에 쓰이는 케블라 소재를 활용해 세탁기에 3번 돌려도 말짱한 이어폰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원모어에서 개발한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

또 사람들은 지출 부담 때문에 저가 제품을 사면서도 남들한테는 저가인 걸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본성을 해결하기 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디자인에 사활을 걸었다”며 “최근 레드닷 등 유명 디자인 어워드 10곳에서 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양심’을 기업인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원모어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의 생산 공정 기준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이어폰이 인체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인명 피해라도 발생하면 곧장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원모어가 중국 기업들의 ‘짝퉁’ 이미지를 없애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원모어는 여우미, 유아이비 등 국내 유통업체들을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매달 4000개 정도의 이어폰이 팔리고 있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한국에서의 월 판매량을 1만2000개 수준으로 3배 늘리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전했다.

시에관홍 창업자는 “아이돌 그룹, 예능 프로그램 등 세계적으로도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의 미디어 산업과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좋은 음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는 기본 규칙을 지키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신뢰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