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노조 분회장도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은행 영업이 마비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 때문인지 오늘은 고객이 적어 평상시보다는 한가하네요"(KEB하나은행 시청역 인근 지점 관계자)
"근처에 입주 진행 중인 아파트가 많아 매일 정신이 없습니다. 파업이요? 그건 정치에 관심 있는 노조나 신경 쓰는 사안이죠. 저희는 그럴 시간 없습니다"(신한은행 미사권역 지점 관계자)
은행권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하루짜리 파업에 돌입한 23일 오전, 대다수 은행 영업점들은 큰 지장 없이 업무를 진행 중이었다. 입구에 붙어있는 '고객 여러분의 양해를 바란다'는 A4 용지 크기의 안내문을 빼면, 파업 중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돼 대부분의 업무는 PC나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업 참가율이 높은 기업은행 고객들은 다소 불편을 겪었다. 일부 기업은행 지점에선 나이가 많은 책임자급이 창구에 앉아 업무를 진행했다.
◆ 국책은행 파업 참가율 높아…감금 의혹도
23일 조선비즈가 서울 강남과 신도시 일부, 광화문·명동 등을 취재한 결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최소 인원만 남기고 직원 상당수가 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서소문지점 관계자는 "책임자급 직원 5명 정도만 남아 최소한으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부분 직원들은 금융노조 파업에 참여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업무가 느리다며 항의를 받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점심 때 고객이 붐비면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A지점장은 "파업 참여도는 보통정도인 것 같다"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들은 모두 남아있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오늘은 평소보다 고객들이 적게 방문하고 있다"며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 이미 사전에 고객들에게 고지를 해서 고객들이 미리미리 업무를 본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기업은행에서는 파업 참가자를 막기 위해 지점장이 행원들을 감금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지점장이 파업 참가자를 대상으로 명단을 써내라고 지시했고, 명단을 내지 않으면 퇴근을 시켜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은행은 지방에서 올라오던 버스를 따라잡아 파업 참가 예정이었던 노조원을 내리게 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 "성과 연봉제 때문에 총파업은 무리수" 목소리도
대부분의 시중은행 영업점은 혼란 없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우리은행 역삼동 지점에서 만난 강주회(32·여)씨는 "큰 불편 없이 하려던 업무를 마쳤다"면서 "다만 총파업 안내문이나 이런 것들 때문에 다소 어수선해 보였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고객은 수수료까지 내면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강남권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언론 보도상으로는 성과연봉제 때문에 은행원들이 거세게 반발한다고 나오는데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반반"이라며 "성과연봉제 때문에 파업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행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 주변 지점 관계자들은 모두 자의로 남아 업무를 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파업 참가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농협은행의 경우 막판에 입장을 선회해 파업에 적극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도 큰 무리 없이 업무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농협은행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애초엔 대규모 파업 참가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고객들에게 큰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 같다"면서 "우리는 파업에 참가하는 조합원이 없어 금융노조 파업 안내문도 떼어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가 2014년 9월 이후 2년 만에 총파업에 나서는 것이지만, 파업 참가율은 노조측 예상을 밑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에 참가한 은행원은 모두 1만8000여명으로, 전체 은행원 직원 대비 참가율은 15% 수준이다. 영업점포가 많은 4대 시중은행 참가율은 3%에 그쳤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했던 2000년 7월(6만여명), 2014년 9월(3만여명)에 비해 참가율이 현저히 낮은 것이다. 금노 측은 파업 참가자가 이보다는 훨씬 많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농협은행 지점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NH농협은행 명동지점은 단순 수신 업무를 보는 창구직원 5명 정도를 제외하고 여신·외환 담당 직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입구에 '합법 파업에 따라 은행의 정상 업무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큼직하게 붙어있는 탓인지 내부에 있는 고객은 두어명에 불과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금융노조 파업에 직원들 상당수가 참가했지만, 고객들이 단순 업무는 문제 없이 볼 수 있도록 최소 인원의 직원들은 남아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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