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관심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투자 상품 중 하나가 연금저축이다. 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면서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노후 대비와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가입자 수 680만명, 적립 금액 109조원(지난해 말 기준)에 달하는 인기 재테크 상품이다. 시중금리가 떨어지면서 일반적인 금융 상품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낮아져 연금저축의 매력은 더 강해졌다.
◇세액공제로만 10% 안팎 수익률
연금저축은 연간 최대 400만원 한도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준다. 연 종합소득이 4000만원 이하거나 근로소득이 5500만원 이하라면 최대 66만원(400만원의 16.5%·지방세 포함)을 세금에서 빼준다. 연봉이 5500만원을 넘어도 최대 52만8000원(400만원의 13.2%)을 세금에서 빼준다.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3.3~5 .5% 세금을 내야 하니, 세액공제 혜택으로만 연 10% 안팎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다른 세(稅)테크 상품인 청약저축(14만4000원)이나 소득공제 장기 펀드(36만원)보다 비과세 혜택이 훨씬 크다.
고액 자산가들에게도 연금저축은 괜찮은 상품이다. 발생한 수익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아 과세를 뒤로 미루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받을 게 별로 없는 임대업자도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품 중 하나다.
다만 저세율 혜택을 누리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다. 2003년 2월까지 판매된 연금저축은 적립 후 10년이 지나야 하고 5년 이상 분할 수령해야 한다. 2013년 3월 이후 판매되는 연금저축은 최소 5년 가입 기간이 필요하며, 55세 이후 10년 이상 연금을 수령해야 한다. 중간에 해지하면 기타소득세가 16.5% 발생한다.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토해낼 수 있다.
◇자체 수익률 꼼꼼히 따져야
상당수 연금저축 가입자는 현금 흐름에 여유가 생겼을 때 한꺼번에 납입 한도만큼의 목돈을 계좌에 집어넣는 투자 패턴을 유지해 왔다. 10년 이상 투자해야 하는 상품인 만큼 투자 타이밍이 크게 중요하지 않고, 자체 수익률보다는 세액공제 혜택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연금저축의 절세 혜택을 유지하면서 금융회사 간 상품을 갈아타는 장치가 마련되면서 자체 수익률도 상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이경희 상명대 보험경영학과 교수가 최근 보험연구원에 기고한 '연금저축 상품의 장기 투자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저축의 평균 수익률(납입 원금 대비)은 연 3.5%로 집계됐다. 판매된 지 8년 이상 지난(2001~2007년 판매) 연금저축 상품 286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다. 2007~2015년 정기예금(만기 1~2년)의 평균 금리는 연 3.7% 정도였다.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별 차이 없는 것이다.
업권별 수익률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평균 3.8%)이 가장 높았고, 은행의 연금저축신탁(3.6%), 증권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펀드(3.5%), 손해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3.1%) 순이다.
하지만 증권사에서 파는 연금저축펀드는 상품별로 수익률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성과가 가장 좋은 연금저축펀드는 연평균 12.2%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수익률이 가장 낮은 상품은 -3.1%도 있었다. 2006년부터 10년간 꾸준히 연금저축을 들었다면 적립금이 얼마나 쌓였을까.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10년이 지났을 때 적립률은 평균 115%였다.
원금을 1000만원 넣었다면, 연금재원으로 쌓인 적립금이 1150만원이라는 뜻이다.
◇연금저축펀드 수익률 천차만별
고만고만한 연금저축 상품 중에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연금저축펀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연금저축펀드엔 8000억원 넘게 들어왔다. 10년 전 2000억원 정도였던 연금저축펀드 설정액이 최근엔 8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연금저축펀드는 수익률 편차가 큰 만큼 상품을 잘 골라야 한다. 연금저축펀드는 대부분이 기존의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를 '모(母)펀드'로 삼아 운용되기 때문에 연금신탁이나 연금보험에 비해 기대 수익이 높은 만큼 원금 손실 위험 또한 높다. 이 때문에 과거 수익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유지율이 높아서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1028개의 연금저축펀드가 굴러가고 있는데, 이 중 설정액이 1억원 미만인 펀드가 415개에 달한다. 설정액이 100억원 이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펀드는 12%(121개)에 불과하다. 121개 중 절반 정도인 62개 펀드만이 지난해 2%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고, 30개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지난해 -12%의 수익률을 기록한 연금저축펀드도 있었다. 이경희 교수는 "자신의 위험감내도를 고려해 상품 관리 능력이 뛰어난 회사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