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아침 8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약간 차가운 가을 아침 바람을 타고 '이얼싼스'(하나둘셋넷)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전거 라이딩 유니폼을 입은 30여명이 중국어 구호에 맞춰 몸을 풀었다. 준비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 주변에선 20여명의 라이더들이 장비와 복장을 점검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서울-부산 540km 종주에 나선다. 대만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자전거 회사 '자이언트'와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한국 자전거 여행'에 나선 것이다.
토니 로(Lo·羅祥安·68) 자이언트 최고경영자(CEO)도 그의 아내와 함께 참가했다. 한국측에선 이옥내 자이언트 코리아 본부장과 임직원들이 동참했다. 한국 종주 첫 번째 코스인 올림픽공원-팔당역 구간(23km)을 이들과 함께 달렸다.
올림픽공원 평화의문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출발지점인 파크텔 후문에 집결했다. 토니 로 CEO는 출발 전 인사말에서 "2년 전 한국에서 자전거 투어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지킬 수 있게 됐다"며 "드라마 '태양의 후예'나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했던 연예인들을 보게되더라도 우리는 계속 라이딩을 하자"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라이더들은 다함께 '한궈 쫑시, 파이팅'(한국 종주,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줄을 서서 출발했다.
토니 로 CEO는 제1코스를 달리는 동안 선두 그룹에서 라이더들을 이끌었다. 칠순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해졌다. 자이언트 코리아 관계자는 "토니 로 CEO는 자전거를 상당히 잘탄다"며 "1년에 1만km 가까이 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암사대교를 지나 하남시 경계면에 이르자 허벅지에 피로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라이더들의 주행 속도는 더 빨라졌다. 왼편으로 한강 물줄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풍경의 힘으로 피로감을 이겨내고 주행을 이어갔다.
1시간 30분 정도 달리자 팔당 대교가 나왔다. 이 다리를 건너면 1코스가 끝이 난다.
작은 접촉사고 하나 없이 무사히 라이딩을 마쳤다. 1코스를 마친 토니 로 CEO는 "강이 너무 예뻤다. 너무나 좋은 구간이었다"면서 "날씨도 정말 끝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팔당역 인근 식당 앞 공터에서 20여분간 휴식한 라이딩 팀은 바로 2구간 주행에 들어갔다. 여기서부턴 대만에서 온 라이더 26명과 한국측 스탭 등 30여명만 달린다. 자이언트 코리아 관계자는 "대만 참가자들은 24일 부산에 도착해 김해공항을 통해 대만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구간별로 해당 지역 자이언트 지점 관계자들이 참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이언트는 지난해 604억대만달러(약 2조15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세계 1위 자전거 업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대에 이른다. 자이언트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별도의 광고나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니 로 CEO는 "더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도록 자전거 문화를 확산하는 게 최고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위클리비즈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전거 한 대만 팔고 끝낼 게 아니다. 우리는 소비자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며 "우리는 소비자들과 함께 자전거를 탄다. 자이언트는 제품 선택부터 구매, 그리고 사이클링 경험까지 모두 제공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