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지역농협이 한진해운회사채 투자 실패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농협들은 자금 운용을 회사채 투자에만 의존하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회생절차) 신청으로 건전성이 큰폭으로 악화했다.
21일 농협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쉬쉬하고 있지만 일부 조합은 큰 손실을 입은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써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보다 한진해운 사태가 잘 풀려 회생에 성공하고, 손실을 많이 복구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에 따르면, 지역농협이 한진해운 회사채에 투자한 규모는 1085억원 가량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한진해운 공모 회사채 잔액이 4200억원 가량이며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보유분이 645억원 정도고, 나머지는 산업은행과 지역농협, 새마을금고 등이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를 본 곳은 소규모 조합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조합은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어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이 대두하기 전부터 이미 채권을 매도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형 조합은 자본 여력이 충분해 손절매해도 건전성상 감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소규모 조합은 손절매하는 즉시 자본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어 미루고 미루다 현재 상황까지 왔다. 한진해운 회사채는 법원이 파산 결정을 내릴 경우 투자 원금의 5~10%도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소형 조합은 투자 전문 인력이 사실상 없는 데다 저금리로 인해 마땅히 자금을 굴릴 곳이 없어 회사채에만 목을 매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진해운, 현대상선 공모 당시에만 6000억원을 투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투자 전문 인력 양성을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역농협을 비롯한 상호금융은 순자본비율이 5%를 넘어야 한다. 순자본비율은 순자본을 총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이 받는 자본 규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다.
일부 지역농협은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순자본비율이 큰 폭으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농협은 통폐합 유도 정책으로 계속 감소 중이다.신용·경제사업부문 분리(신경 분리) 전인 2008년을 기준으로 1191개였던 지역농협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1132개까지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본건전성이 떨어지는 조합이나 조합원이 많이 감소한 조합의 경우 인근 우량 조합과 합병시키는 정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조합이 부실화될 때마다 청산하지 않고 인근 조합과 통합하는 처리 방식은 부실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1000개가 넘는 조합을 일일이 다 살펴볼 수 없는 상황인데 부실의 진원지를 캐지 않고 단순히 통합하는 방식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는 "지역농협 등 상호금융권은 비과세 혜택 연장으로 수신 규모가 은행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덩치는 커지는데 운용 능력은 나아지지 않고 있어 개선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농협은 농업, 축산업 종사자 등이 출자금을 내고 설립한 조합 기관으로 일부 금융업무를 수행한다. 지역농협은 지역농협조합들이 설립한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 농협은행과는 다른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