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이어 두 번째 글로벌 시장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작년 9월 출시한 사진·동영상 채팅 앱인 '스노우'가 주인공이다. 네이버의 계열사인 캠프모바일에서 선보인 스노우 앱은 사진이나 '움짤'(5초 내외 짧은 동영상을 뜻하는 은어)을 촬영해 친구들에게 채팅으로 보내는 서비스다.

스노우는 출시 1년 만에 한국·일본·중국 등에서 다운로드 7000만건을 돌파했다. 월평균 이용자 수도 4100만명에 달한다. 특히 10~2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이해진 이사회 의장도 지난 7월 라인 상장(上場) 간담회에서 "제2의 라인 후보로 스노우를 주목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시아판 스냅챗' 아시아의 女心 잡다

스노우의 가장 큰 특징은 '사진·움짤 채팅'이다. 기존 카카오톡·라인·왓츠앱 등과 다른 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는 10~20대가 부모님이 쓰는 문자 메신저를 떠나 빠르게 스노우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2011년 미국에서 출시된 사진 기반 메신저인 스냅챗의 성공 방정식과 비슷하다. 스냅챗은 출시 직후부터 '10대의 메신저'라는 별명을 얻으며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현재 스냅챗의 이용자 수는 약 1억5000만명, 기업 가치는 200억달러(약 22조4000억원)에 달한다.

두 서비스는 기능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메시지를 보낸 뒤 10초 뒤에 자동 삭제하는 기능이나 채팅창에서 버튼 하나로 동영상을 촬영해 전송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쏙 빼닮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노우에 대해 "아시아판 스냅챗"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스노우는 채팅에 집중하는 스냅챗과 달리 사진·동영상을 꾸미는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스노우는 강아지·고양이 등 동물 모양부터 유명 아이돌 그룹, 만화 캐릭터, 스모 선수 등 총 300여종의 스티커를 서비스한다. 스마트폰 화면상에 있는 사용자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스티커들이 얼굴 위로 입혀진다. 입을 벌리거나 눈을 깜빡깜빡하면 하트 그림이 넘실거리는 등 특수 효과도 이용할 수 있다. 또 자동으로 눈 크기를 키우고 피부톤을 보정해줘 사진도 더 잘 나오는 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시아권 이용자들은 단순히 동영상으로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예쁘게 꾸미는 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스티커나 필터 기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 찍고 글로벌 상장까지 추진

현재 스노우의 성장세는 라인보다 더 빠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도이치뱅크는 "올 연말까지 스노우의 다운로드 수는 1억건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대로라면 1억건 돌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1년 3개월 정도로 라인보다 4개월가량 속도가 빠르다.

현재 스노우 인기가 가장 높은 지역은 단연 일본이다. 스노우는 일본 앱스토어의 사진·비디오 분야에서 3개월 가까이 인기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화장이나 포토샵을 이용한 사진 보정에 관심이 많은 일본 여성 소비자들의 욕구(needs)를 충족시킨 서비스"라며 "일본의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 중에는 스노우를 쓰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스노우의 일본 월평균 이용자 수는 약 1000만명 이상으로, 이 중 과반수가 10~20대 여성이다. 일본의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스노우를 이용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스노우는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중에는 드물게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는 물론이고 모바일 메신저 역시 자국 서비스인 '위챗'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접속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스노우는 중국 앱스토어의 사진·비디오 부문에서 인기 순위 8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스냅챗이 진출하지 못하는 중국 시장을 스노우가 꿰차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지난 8월 분사한 스노우는 향후 실적에 따라 미국·도쿄 등 글로벌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