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금융과 공정거래 이슈를 다루는 정무위원회 소속 박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기자회견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정무위 증인 채택 논의가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감 증인 채택 논의는 당 의원 의견을 수렴한 각 당 간사들이 모여 협의한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듯 박 의원은 "19일부터 3당 간사와 여당 원내대표단을 만나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의 기자회견에 상당수 정무위 관계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격적인 증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 개인이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을 곱게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한 야당 관계자는 "간사에게 얘기해야 할 것을 카메라에 대고 한 셈인데 이는 '정치 상도(商道)'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했다.

박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선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동안 삼성가(家) 인사를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많았지만, 이들이 실제로 국회에 출석한 경우는 없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거나, 국감장에 나올 가능성이 작다고 봤을 것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여론을 움직이면 여야 간사들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계산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기자회견은 마지막 무기다. 협상이 어려울 때 여론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게 기자회견이다. 그래서 증인 채택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기자회견을 연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국회의원은 정부 부처 차관급 직위와 연봉을 받고 보좌직원을 꾸릴 수 있는 '프로 정치인'이다. 시민단체나 재야 정치인과 달리 정치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이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증인으로 채택되면 이 부회장은 국감장에 나와 제기된 의혹을 국민 앞에서 해명해야 한다.

반대하는 여당의 논리를 무력화시켜 이 부회장을 국감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박 의원을 비롯한 야당이 정치력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박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증인 채택 하나 가지고 유난 떨고 야단법석을 떨어야 할 만큼 재벌의 힘은 크고 정치의 힘은 왜소하다"고 읍소했다. 정치력을 보여달라는 프로 정치인 국회의원을 향한 국민 바람이 요원해 보여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