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첨단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해 도시를 혁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스마트 시티와 자율 주행 택시 프로젝트부터 드론 방역 활동이나 코딩 교육 전파 계획 'CODE@SG'에 이르기까지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 국가 혁신 프로젝트 2선(選)을 핵심 인물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난 7월 11일 싱가포르 중심부 마리나베이 샌즈의 샌즈엑스포&컨벤션센터.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때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었다. 지금은 그런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해안선을 따라 지어진 고층 빌딩과 멋을 낸 유선형 건물, 하늘에 띄워 보낸 듯 꼭대기층의 거대한 여객선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겼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7월 10일~14일 전 세계 시장들이 참여하는 '월드시티서밋(WCS) 2016' 을 샌즈엑스포&컨벤션 센터에서 열었다. 같은 기간 국제 물 주간 행사(SIWW), 싱가포르 친환경 서밋(CleanEnviro Summit Singapore,CESS)도 열었다. 도시 국가로서의 리더십과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63개국 103개 도시의 시장과 고위 관계자 등 총 2만명이 행사를 다녀갔다.

'월드시티서밋(WCS) 2016' 에서 관람객들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고 버추얼 싱가포르를 체험해보고 있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전시관 4층과 5층에 전시된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 프로젝트였다. 싱가포르 국립연구재단(NRF), 국토청(SLA), 정보통신개발청(IDA)이 함께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3차원(D)으로 싱가포르를 그대로 모사하는 것이다.

산, 바다 등 자연지형뿐만 아니라 건물, 도로,상하수도 등 인공지형도 복제한다. 여기에 기후 정보, 인구 통계 정보 등 도시 운영과 관련한 정보, 지리공간정보, 위상기하학(topology) 등의 전문 데이터도 통합된다.

전시관에 비치된 60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현재 구축 중인 버추얼 싱가포르를 볼 수 있었다. 고도로 정밀한 네비게이션 화면을 보는 것 같았다.

WCS 현장에서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에 실제로 참여 중인 실방 로랑(Sylvain Laurent) 다쏘시스템 부사장(글로벌 영업 전략 및 아시아-오세아니아 운영 담당)을 만나 이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2015년 싱가포르 정부는 프랑스의 3차원 설계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인 프랑스의 다쏘시스템을 프로젝트 협력사로 선정했다.

실방 로랑(Sylvain Laurent) 다쏘시스템 부사장

― 싱가포르 정부가 다쏘시스템과 파트너십을 맺고 버추얼 싱가포르를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처음에는 제휴 형태의 구축이 아닌 독자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IBM이나 액센추어 등 다양한 IT서비스 전문회사로부터 구축 비용을 알아봤는데, 수억 달러(수천억~1조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확인하고 파트너십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쏘시스템 뿐만 아니라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업체에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은 스마트 시티를 구축할 수 있는 일부 솔루션만 보유한 상태라 싱가포르 정부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결국 싱가포르 정부는 3D 분야에 경험이 많은 다쏘시스템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 싱가포르 정부의 요구는 무엇인가.

"2015년은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꼭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싱가포르는 지난 50년 간 불모지를 개발해 온 도시 개발을 향후 50년까지 이어가려면 혁신적인 기술을 채택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정부, 기업, 국민,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도시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버추얼 싱가포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인가.

"그렇다. 싱가포르 정부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국민, 연구기관이 버추얼 싱가포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정부와 시민, 기업, 연구 기관 사이의 벽(silo)을 없애는 것이다.

가령 싱가포르 정부는 스마트폰, 카메라,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의 온갖 문제를 해결하는 데 버추얼 싱가포르를 쓸 것이다. 시민은 버추얼 싱가포르에서 날씨 정보, 버스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시민들을 더 편리하게 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것이다. 연구기관들은 복잡한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과학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싱가포르 정부는 버추얼 싱가포르의 목표를 '3V'로 정리한다. 가상화(Virtual), 시각화(Visual), 벤처화(Venture)다. 가상화란 싱가포르라는 도시를 완전히 복제하는 것이다. 일명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있는 건물뿐만 아니라 지금 건축 중인 건물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민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지하 시설의 복잡한 구조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시각화도 중요하다. 여기를 봐라. 만약 이 도로에 육교를 설치하면 교통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 지, 장애인들이 제대로 건널 수 있는 지 시뮬레이션해보고 이걸 시각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인구가 지금보다 2배로 늘어날 경우 도시의 환경 문제가 얼마나 심각해질 지, 그걸 방지하려면 어떤 시설을 갖춰야 하는 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역 인근 고가 도로를 철거한다고 논란이 됐다. 만약 고가 도로를 철거한 후 도시가 어떻게 바뀌는 지를 3D로 시각화하면 시민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벤처화다. 정부, 시민, 기업, 연구기관이 이 플랫폼을 통해 협업하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 버추얼 싱가포르 총 구축 비용은. 언제 마무리 되나.

"6000만 달러 정도다.(실방 로랑 부사장은 플랫폼 개발 비용만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버추얼 싱가포르 플랫폼 개발 비용과 향후 5년 간 운영 비용 등을 포함한 총 비용은 7300만 달러(821억원)다.)

만약 버추얼 싱가포르를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면 수천억 원이 소요됐을 것이다. 다쏘시스템은 35년 동안 축적한 솔루션이 있었다. 여기에 버추얼 싱가포르 프로젝트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도시의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을 계산해 총 구축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버추얼 싱가포르 플랫폼 개발은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정책 일환이다. 2014 년 12 월 시작됐고 2018년에 마무될 예정이다."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2014년 11월부터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프로젝트를 국가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인프라 중심의 정보통신 개발 계획을 한단계 격상시켜 다양한 기술을 통합적으로 이용하는 네트워크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싱가포르 국립연구재단(NRF)에 공개한 버추얼 싱가포르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