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본격적으로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에는 신세계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규 전문점들이 들어섰다. 생활·가구 전문점 ‘메종 티시아’, 임신·출산·육아 전문점 ‘베이비서클’, 장난감을 집대성한 ‘토이킹덤’, 체험형 식품관 ‘PK마켓’, 화장품 편집 매장 ‘슈가컵’이 그것이다.

스타필드 하남 2층 입구는 호텔 로비처럼 꾸며져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 개장 전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들 매장을 소개하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정 부회장은 사전 개장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이들 매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챙겼다.

◆ ’스타필드 단일 최대 규모 매장’ 메종 티시아, 넉넉한 공간에 카페 찾은 기분

“안에 또 있어? 왜 이렇게 넓지?”

메종 티시아를 둘러보던 한 부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메종 티시아의 장점은 1000평에 이르는 넓은 공간이다. 단일 매장으로는 스타필드 하남에서 가장 크다. 가구와 침구, 주방, 욕실 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 총 5000여개의 제품이 진열됐다. 벌써 세차례 방문했다는 김모씨는 “백화점에 가면 공간이 좁아 가구와 식기가 마구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매장이 널찍하고 종류별로 확실히 구분돼 있어 깔끔한 느낌이고 다른 곳에서 못 보던 상품들도 많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하남 본격 개장일인 9일 메종 티시아를 찾은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공간이 넓으니 상품 구성이 여유롭다. 많은 상품이 진열돼 있음에도 몰아넣었다는 인상이 들지 않았다. 진열된 소파와 의자도 휴식 공간처럼 보였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모녀는 “쇼핑몰이 아니라 카페에 온 느낌”이라며 “휴식을 위해 앉았던 소파가 생각보다 푹신해 직원에게 구매를 문의했다”고 했다.

페인트 체험 공간에선 원하는 페인트를 직접 칠해볼 수 있다.

메종 티시아는 체험형으로 꾸며졌다. 노루 페인트 매장에선 벽지에 페인트를 칠해볼 수 있다. 발색을 눈으로 확인한 뒤에 구매할 수 있어 좋다는 소비자 반응이 나온다. 커튼은 재질과 크기를 선택해 맞춤 주문할 수 있다. 가구를 제외한 주방, 욕실 용품과 인테리어 소품들도 모두 체험해보는 데 제약이 없었다. ‘쇼핑 테마파크’를 추구하는 스타필드다운 전략이 담겨있다.

◆ ‘어머님들 걱정말고 몸만 오세요’ 임산부의 천국 베이비서클

유아를 동반한 부부가 많이 찾는 스타필드 하남이지만 베이비서클 주변은 특히나 유모차로 빼곡하다. 베이비서클은 임신부터 출산, 육아를 아우르는 ‘종합 패키지'를 표방한다. 베이비서클만의 차별점은 ‘이유식 카페’다. 카페에서 이유식을 사서 매장에 있는 유아용 의자에 아이를 앉혀 이유식을 먹일 수 있다.

스타필드 하남 베이비서클을 찾아 유아 건강식을 시식하는 정용진 부회장.

카페에 앉아 딸에게 이유식을 떠먹이던 이모씨는 “아이와 함께 외출하려면 늘 냉동한 이유식을 들고 다녀야 했는데, 이곳을 찾을 때는 특별한 준비없이 나올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남양주 도농동에 사는 그는 개장 이후 벌써 네번이나 스타필드를 찾았다고 한다.

아이를 품에 안고 카시트를 살펴보던 한 부부는 “유아용품은 인터넷에서 구매하기가 꺼려진다. 재질과 안전성 등을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곳은 개점 초기여서 특판 제품이 많아 인터넷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또 곳곳에 있는 수유실을 스타필드의 장점으로 꼽았다.

베이비서클 내부에 위치한 이유식 카페.

유아 전문 매장답게 계산대 옆 매대에도 유아용 건강식 제품이 있었다. 유아용 건강식 ‘스위트미’를 납품하는 김기수 더고은 대표는 “내 아이의 변비를 고구마로 치료한 경험으로 스위트미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갑작스러운 주문량 폭주에 물량이 달린다며 웃었다.

◆ 토이킹덤, 디즈니·레고로 키즈(Kids)부터 키덜트(Kidult)까지 공략

입구부터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토이킹덤 전면은 놀이터 같았다. 까르륵 웃으며 터널을 도는 아이를 부모들이 흐뭇하게 바라보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토이킹덤 입구는 놀이터처럼 꾸며졌다.

토이킹덤은 스타필드에 처음 들어선 장난감 전문점이다. 일렉트로마트 등 기존 신세계에 들어선 장난감 전문점보다는 유아용 장난감 구성이 늘었다. 특히 ‘겨울왕국’, ‘도리를 찾아서’, ‘미니언즈’ 등 디즈니(Disney) 캐릭터 상품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아이들의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보다 더 열광하는 어른들도 많이 보였다. 아들의 손을 잡고 스타워즈 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한 남성은 “내 아들 나이 때쯤 스타워즈를 처음 보고 스타워즈 마니아가 됐다”며 “이렇게 아들과 함께 스타워즈 동영상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스타워즈 광선검을 보며 열광하는 어른들도 보였다.

마블 코너에선 유명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들고 사진을 찍는 성인들도 보였다. 한 20대 남성은 전시된 방패를 들고 유심히 만져보더니 바로 상품을 들고 계산대로 달려가기도 했다.

토이킹덤의 레고 매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구매하기도 한 ‘테크닉 포르쉐 911 GT3 RS’ 제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매장 직원은 “물량이 제한됐기 때문인지, 45만원의 고가 제품임에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했다. 레고를 둘러보던 한 30대 남성은 “테크닉 라인은 정교함이 다르다. 포크레인 제품을 보유 중인데 변속기와 모터가 들어있다”며 “금방 단종되기에 지금 사놓으면 몇년 뒤엔 가격이 몇 배로 뛸 것”이라고 귀띔했다.

◆ 유럽 시장에 온 기분, 신세계 식품관 대체한 PK마켓

PK마켓은 스타필드 식품관이다. 유럽 전통시장을 떠올리게 하는 인테리어에 식당을 결합, 식품 구매와 식사를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선 식품 매장에 들어서자 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소리가 들렸고, 향긋한 냄새도 났다. 시식 코너가 유난히 많은 것이 눈에 띈다. 테이블 앞 철판에서 고기를 구워내는 스테이크 전문점도 있었다. 매대의 상품명과 가격은 모두 손글씨로 쓰여있다. 시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꼼꼼한 디자인이다.

PK마켓의 제품명과 가격은 모두 손글씨로 쓰여 있다.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수산 매장이었다. 고등어를 사던 노부부는 “생선이 크기와 신선도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며 “개점 이후 매번 PK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다란 주류 매장에 있는 세계 맥주와 와인의 종류가 다양했다. 이태원, 홍대 등지에서 인기를 끄는 ‘대동강 페일에일’도 보였다. 별도의 냉장실이 준비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냉동 창고에 들어온 듯 서늘했다. 매장 직원은 “냉장한 세계 맥주를 구매한 후 PK마켓 내 식당가에서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고 전했다.

수제 치즈 전문점 ‘영준목장’ 나원경 대표가 카망베르 치즈를 늘여 뜨려 만들어내고 있다.

외부 입점 매장들도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수제 치즈 전문점 ‘영준목장'에선 나원경 대표가 카망베르 치즈를 만들고 있었다. 국수를 뽑아내듯 치즈를 늘어뜨리는 모습이 신기한지 사람들이 몰렸다. 나 대표는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충청북도 청원군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즉석에서 치즈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 특허도 출원했다”고 밝혔다.

◆ ’여자들의 놀이터’ 슈가컵...다른 전문점에 비해 한산해

화장품 편집 매장 슈가컵은 ‘여자들의 놀이터’다. 115평 규모에 50여개 브랜드가 빼곡히 차 있다. “고객이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만들겠다”는 이마트 측의 말처럼 슈가컵 또한 체험형으로 꾸며졌다. 핸드워시를 사용해볼 수 있는 세면대와 메이크업바, 아이브로우존, 향수존 등이 마련됐다.

슈가컵 전경.

이마트 자체화장품브랜드 센텐스(SCENTENCE)도 입점했다. 지난 7월 문을 연 죽전점에 이은 2호 점포다. 센텐스 매장 직원은 “가을용 헤어 케어 제품과 베이비 케어 제품이 잘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다른 스타필드 신규 매장들과는 달리 슈가컵은 비교적 한산했다. 다른 화장품 편집숍들과 차별화되는 특징도 찾기 힘들었다. 슈가컵 측은 “매달 신상품을 시연품으로 내놓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