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오는 28일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7'(이하 노트7)을 국내에서 다시 판매하기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배터리 불량으로 인한 제품 폭발로 지난달 31일 이동통신 업체에 공급을 중단한 지 28일 만이다. 미국에서는 다음 달 초 판매가 재개된다. 돌발 악재에 발목이 잡혔던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다시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주춤하는 사이, 최대 경쟁자인 애플이 16일(현지 시각) 신제품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의 판매에 들어가는 등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혁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아이폰 신제품이지만, 미국 이통사의 '공짜 아이폰' 마케팅에 노트7 사태의 반사이익까지 겹치면서 초기 물량이 매진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리콜 사태를 수습하고 노트7의 판매를 정상화하느냐에 따라 올 하반기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판세가 갈릴 전망이다.

노트7, 리콜 사태 딛고 다음 달 초 전 세계 시장 공략 재개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노트7을 다시 판매하는 동시에 다음 달 초 유럽 시장에서도 첫 제품 판매에 나선다. 유럽 시장의 경우 노트7을 내놓기도 전에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출시가 중지됐었다. 앞서 중국은 이달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다음 달이면 노트7이 주요 시장에 모두 진입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석연휴에도 문 연 삼성전자 - 17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찾은 소비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폭발 우려가 있는 갤럭시 노트7 점검을 위해 연휴 기간인 이날도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삼성이 발 빠르게 재판매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15일(현지 시각) '노트7에 대한 공식 리콜'을 내리면서 삼성전자가 앞서 발표한 자발적 리콜 계획을 그대로 인정해준 조치가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가장 우려했던 대목은 미 정부가 새로 공급하는 노트7도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추가 판매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시나리오였다"며 "신규 노트7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된 만큼, 판매 재개에 맞춰 본격적인 마케팅에도 나선다"고 말했다.

신규 판매 재개에 앞서 이미 제품을 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교환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은 19일, 미국은 21일부터 교환에 들어간다. 기존 노트7 구매자는 한국이 40만명, 미국은 100만명 정도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교환에 필요한 물량 대부분을 확보해 공급할 계획이다. 당초 밝힌 교환 기간은 내년 3월까지지만 최대한 빨리 교환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물량 확보를 위해 추석 연휴 기간에도 경북 구미 스마트폰 공장을 풀가동했다. 새 제품(교환 제품 포함)에는 폭발을 일으킨 삼성SDI 배터리가 아닌 중국 ATL사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소비자들이 새 제품을 기존 제품과 쉽게 구분하는 방법도 내놨다. 국내의 경우 새 제품은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는 색깔이 녹색이다. 기존 제품은 흰색이었다.

반사이익 챙기고 흥행몰이 나선 애플

애플은 최근 미국, 중국, 영국 등 28개국에 아이폰7과 대(大)화면 제품 아이폰7플러스 등 신제품 2종을 내놓고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첫 공개 당시만 해도 "아이폰7에는 꼭 있어야 할 혁신이 없었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와 같은 혹평을 들었지만, 뚜껑을 열자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미국 이동통신 업체인 T모바일은 "아이폰7과 7플러스의 사전 예약 판매량은 2년 전 최고의 예약 판매 성적을 낸 아이폰6와 6플러스와 비교해 거의 4배 정도 많다"고 밝혔다. 애플은 "미국 온라인 예약 판매에서 아이폰7플러스는 초기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판매 첫날부터 이 제품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이폰7도 인기 색상인 '제트블랙'은 예약 판매 때 모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열풍은 미국 이통사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것이다. 소비자들이 구형 아이폰을 반납하고 2년 사용을 약정하면 아이폰 신제품을 무료로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보다 2주 정도 늦게 본격적인 노트7의 판매에 나서는 삼성전자가 아이폰7 열풍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노트7이 당초 기대대로 1000만대 이상 팔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입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노트7이 폭발할 가능성은 번개에 맞을 확률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한 달 정도면 삼성전자가 입은 평판의 손실은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