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씨 외에도 검증되지 않은 유사투자자문 업자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규제와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유사투자자문업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갖춰져있지 않아 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부당한 이익을 챙겨도 조사를 할 수도, 직접적으로 이들을 제재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희진씨의 경우에도 피해자 신고가 접수된 후 직접 조사에 나섰던 것은 금융당국이 아닌 검찰이었다.

◆ 신고만 하면 영업 가능한 제도적 허점 이용…1100여개 유사투자자문 업체 난립

금융감독당국에 등록돼 정식으로 제도권 투자자문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과 전문인력을 갖춰야 한다. 만약 자기자본과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하게 된다. 유사투자자문사들은 금융감독당국에 신고만 하면 이렇다 할 조사나 규제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영업활동에 나설 수 있다. 단, 직접 돈을 굴려주겠다며 투자금을 받는 행위는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돼 처벌대상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신고 없이 영업을 하는 소규모 사설 투자자문업체(부티크)들로 인해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면서 이들을 양성화하기 위해 유사투자자문자들에 대한 신고제를 도입했다"며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은 현행법상 정식 금융회사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수시로 조사하거나 감독할 만한 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라클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캡쳐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금감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13일 현재 금감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 업체의 수는 1103개에 이른다. 대다수 업체들은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주식카페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홈페이지 없이 사무실만으로 운영되는 곳들도 있다.

현재 금감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이 정식으로 등록된 투자자문사인지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둔 상태다. 그러나 실제로 금감원 조회를 통해 등록 허가를 받은 자문사인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아 유사투자자문사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금감원으로부터 이렇다 할 조사나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신고업체 중에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른 곳들이 많다. 이희진씨가 운영하는 미라클인베스트먼트 역시 버젓이 금감원에 신고된 업체였다. 사실상 난립한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에 대한 투자자 보호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 "일손 없다"…규제 손 못 댄 사이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는 1년만에 3배 넘게 급증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 금융당국이 현실적으로 인력과 시간의 한계로 인해 이들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기 어려워진 점도 최근 관련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금감원 관계자는 "1100여곳의 유사투자자문사들 중 상당수가 1~2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업체인데다, 제대로 사무실조차 갖춘 곳도 극히 적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지를 일일이 들여다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011년 이후 신고된 유사수신 혐의업체와 수사통보 건수 연도별 추이

금융당국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사이 최근 유사투자자문과 유사수신 관련 소비자 피해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관련 신고건수는 298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87건에 비해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신고가 접수된 유사수신 혐의업체들은 저금리 상황을 틈타 투자자들에게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모집했다. 이들은 비상장 주식투자나 FX마진거래, 가상화폐, 협동조합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며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으로 자금을 직접 모집한 유사수신 혐의업체 외에 이희진씨의 사례와 같이 비상장주식의 선행거래를 통한 부당이익 편취나 유료회원 모집 관련 사기 등을 포함하면 전체 유사투자자문사 관련 투자자 피해는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다.

◆ 커지는 "법 개정 필요" 목소리

유사투자자문사 관련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최근 이희진씨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정치권 일부에서는 유사투자자문 업계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거나, 금융당국의 감독과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단순히 신고 절차만 거쳐도 영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많은 유사투자자문업체들이 마치 정식으로 등록을 거친 것처럼 회사를 포장해 피해를 당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정부와 국회가 유사투자자문업을 제대로 규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지나치게 규제를 하면 유사투자자문 업체들이 다시 음성화 돼 투자자 피해가 더욱 급증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 정치권, 금감원 등과 협의해 범법행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적발하면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와 감독당국은 피해 예방을 위해 투자자들 역시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의 경력이나 투자수익 등을 사전에 면밀히 체크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투자자문 정도의 한정된 영업활동만 허용될 뿐 자본시장법상 일대일 투자상담이나 금전대여, 중개, 비상장주식 투자중개 등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며 "과장된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정보이용료, 환불 기준 등을 명확하게 알리지 않는 업체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