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신(神)'이자 '성웅(聖雄)'으로 추앙받는 이순신 장군은 삶 자체가 웅장한 드라마였다. MBC '조선왕조 500년 임진왜란'(1985)과 KBS '불멸의 이순신'(2004), KBS '징비록'(2015) 등의 드라마가 그를 다뤘고 '명량'(2014)은 역대 한국 영화 관객 동원 1위(1700만명)를 기록했다. 이번엔 팩추얼(factual) 드라마라는 생소한 장르를 통해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다시 보게 됐다. KBS와 중국 CCTV가 합작해 철저한 고증을 거쳐 만들었다는 '임진왜란 1592' 5부작이다. 5부작 사극은 희귀한 사례다.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에 집중한 1·2부(3·8일)에 이어 3부(9일)는 전쟁을 일으킨 침략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일대기를 그렸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드라마라고 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재미있다'는 평을 얻으며 시청률 8~9%를 기록 중이다. KBS 1TV가 추석 연휴 기간 중 사흘간 오후 10시에 1~3부 재방송을 편성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퓨전 사극, 판타지 사극에 질린 시청자들이 '진짜 사극'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고증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작품답게 '선조실록' '난중일기'는 물론 중국 측 '명실록', 일본 측 '도요토미 히데요시 명령서', 조선 수군 전투 교범 '수조규식(水操規式)' 등 참고문헌 목록이 탄탄하다. 판옥선이 곡사사격 아닌 직사사격을 하는 장면, 판옥선의 선회력을 살려 승리하는 장면 등이 새롭다. "다른 사극에서 '격군1' '수군2' 같은 엑스트라에 그쳤을 인물들의 사연을 발굴해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냈다."(최수현 기자)
이 드라마 제작비는 총 13억원. 기존 KBS 대하사극 소품과 의상, 영상 자료 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아낀 제작비를 전투 장면 촬영과 CG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역사를 전공한 유석재 기자는 "고증과 핍진감, 함대 규모, 인물 땀방울까지 보일 듯한 디테일을 고루 갖췄다. 적어도 TV에선 이 정도 스케일의 임진왜란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최수종은 피와 땀을 흘리며 창백한 얼굴로 고군분투하는 고뇌의 이순신을 그려냈다. 품위의 김무생(조선왕조 500년), 고독한 집념의 김명민(불멸의 이순신), 기개의 김석훈(징비록)과 차별화했다. 최수종은 "바깥에서 힘든 일 겪고도 집에 와선 내색하지 않는 요즘 50대 가장 같은 장군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 김응수는 연기 인생 전체를 건 듯한 광기와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류도 종종 보인다. "1회에 왜군이 한양을 점령하고 말을 탄 채 경복궁에 입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는 이미 경복궁이 불탄 뒤라는 것이 정설이다. 사천해전 당시 보조 병력을 이끄는 직책이었던 나대용이 마치 이순신 장군의 수석 참모인 듯 묘사한 것도 의아하다."(유석재 기자)
편성 시점 역시 의문이다. "1회를 '방송의 날(9월 3일)'이라는 이유로 토요일에 내보내더니 2~3회부터는 목·금요일에 방송하는 등 시청자가 관심 갖고 찾아보지 않으면 헷갈리기 쉽다. 추석 연휴에 1~3회를 재방송하고 4~5회를 내보내는데 아예 민족의 명절에 맞춰 편성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중국의 '항일전승일'(9월 3일)에 방송을 시작한 것인데 왜 지금 임진왜란을 조명하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 보니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