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승리
소어 핸슨 지음 | 하윤숙 옮김|에이도스|384쪽|2만000원

"지금은 씨앗이 흔한 식물의 형태라서, 과거 1억 년 이상 다른 식물군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거대한 숲은 나무처럼 생긴 석송, 쇠뜨기, 양치식물이 지배하고 있었다."

과육을 먹을 때 아무 생각없이 내버리는 보잘 것 없는 '씨앗'이 식물의 진화 및 인류 역사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들여다본 책. 깃털을 소재로 자연사와 문화사를 풀어낸 책 '깃털'로 영국 최고의 논픽션 상인 새뮤얼 존슨 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저자가 이번에는 씨앗을 통해 신비로운 자연의 원리를 파헤친 것이다.

이 책은 고추와 탐험의 시대, 커피와 계몽주의, 목화와 산업혁명 등 씨앗과 인류사의 주요 장면을 엮어 어떻게 씨앗이 인류 역사를 바꾸었는지를 설명한다. 커피는 계몽주의의 정신적 윤활유였으며 목화는 산업혁명의 씨앗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책은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은 식물의 번성과 재배를 위해 노동하는 존재이며 씨앗을 이 세상에 널리 퍼트려주는 충실한 종일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나무를 퍼뜨리고, 과일을 먹기 위해 과일나무를 돌보는 인간의 행태를 근거로 제시한다.

200년 동안 휴면상태에 있다가 발아한 대추야자 씨앗,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이 들어있는 아주까리 씨앗을 이용한 살인사건 등 씨앗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