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의 대규모 리콜이 화제다. 삼성전자는 말썽을 일으킨 배터리 부품을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금까지 팔린 모든 갤럭시노트7을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배터리 발화 문제가 불거진 지 9일만이다.

사장부터 직원까지 주인 없는 회사의 돈을 곶감 빼먹듯 빼먹었던 대우조선 사태가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기 때문일까. 주인도 정부도 채권단도 책임지지 않고 선원과 화물을 바다 위의 볼모로 묶어둔 한진해운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일까. 삼성전자의 리콜 조치는 책임을 전가하는 한국 사회에 지친 범인(凡人)에게 한 가닥 위로가 된다.

문제는 갤럭시노트7의 리콜 방법이다. 삼성전자는 "회수한 폰의 부품을 재활용하는 방안, 전면 폐기하는 방안, 리퍼폰(주로 사후서비스 때 교체용으로 쓰는 재활용폰·refurbished phone)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화끈한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추억이 된 '불량 제품 화형식'을 떠올리며 갤럭시노트7도 전량 폐기처분해 삼성전자가 대내외적으로 확실한 각성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1995년 3월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품질 경영 의지에 따라 구미공장 운동장 한복판에서 무선전화기, 키폰, 팩시밀리, 휴대폰 등 15만 대, 500억 원어치의 제품을 불태웠다.

여러 고려 사항이 있지만, 회수 폰을 재활용하는 리퍼폰이 최종 조치가 돼야 할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전자 폐기물은 환경 규제가 느슨한 가난한 나라로 수출된다. 중국 광동성의 꾸이위, 몽골의 울란촐로트 등이 대표적인 '쓰레기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보호 장비 하나 없이 폐기물 산더미에서 값비싼 금속 재료를 채취에 나선다.

회로 기판을 분해하는 작업에 어린이가 동원되는 일도 있다. 납, 카드뮴, 다이옥신 등 중금속과 가소제, 방염제, 미세먼지에 노출된다. 돈 되는 일부 부품을 제외하고 남는 폐기물은 들판에서 태워 버린다. 이 때 나오는 유독가스가 마을의 대기를 오염시킨다.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이 2015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갤럭시S6 한 대에는 금속 비중이 52%나 된다. 알루미늄 20%, 코발트 12%, 구리 10%, 철 6%, 니켈 1% 순이다. 금속 다음에 비중이 높은 것이 유리(21%), 플라스틱(17%)이다.

갤럭시노트7의 본체 무게는 169g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삼성전자가 회수하겠다고 밝힌 250만대의 총 무게는 422.5톤(t)에 달한다. 갤럭시노트7을 전량 폐기처분하는 것은 220톤 가량의 희귀, 일반금속을 그냥 버리는 일이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선의로 시작했다하더라도 훗날 역사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회수할 예정인 스마트폰은 250만대 중 150만대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다.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와 그런 지구를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에게 짐을 지우는 일은 피해야 한다.

회수된 폰을 리퍼폰으로 활용하려면, 두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삼성전자의 리콜 조치가 '쇼잉(보여주기)'에 그쳤다고 오해하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일이다. 전격적인 리콜 조치로 겨우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한 상황에서 갤럭시7노트를 재활용하겠다고 하면 '그것 봐라'라고 할 안티들이 벌떼처럼 나타날 것이다. 두 번째는 재활용해도 새 것 같은 품질을 낼 수 있도록 기술을 갖추는 일이다. 리퍼폰의 품질도 세계적인 수준이어야 하고 그걸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을 태우는 '물리적 화형식' 이상의 각성 방법은 많다. 지금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해 리콜 조치 발표 이후 1000일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떨까. 고객 센터 대응부터 리콜 조치에 따른 혼선, 향후 예방 대책 등을 일일이 기록하고 책으로 공식 발간하는 것이다. 한순간 잿더미로 변하는 화형식보다 더 무서운 기록의 힘이 삼성전자와 대한민국 전부를 각성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