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어라, 상아탑. 반갑다, 실리콘밸리야!"

하버드대, 예일대 등 미국 동부 명문대의 경제학자들이 대거 서부의 실리콘밸리로 옮겨 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연구실 대신 실리콘밸리의 IT(정보기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같은 현장에서 새로운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또 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 IT 기업들도 공유경제 등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에 대비해 돈다발을 싸 들고 경제학자 영입에 나선 상태다. 아마존은 아예 경제학자 전용 채용 사이트까지 개설하고 인재 스카우트에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경제학자들이 실리콘밸리로 이주를 시작한 것에 대해 "학자들이 연구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과제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에서 8년간 근무했던 피터 콜 교수는 세계 1위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로 옮겼다.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앨빈 로스 교수와 함께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 대해 연구했지만, 지금은 에어비앤비에서 고객들의 예약 행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뛰어난 경제학자들에 대한 기업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유경제, 자율주행 자동차(무인차), 사물인터넷(IoT) 등 기존에 없던 시장이 열리면서, 기업 스스로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손익분기점을 예상하고 적정 소비자 가격을 책정한다. 이에 기업들은 학교보다 약 50% 이상 높은 연봉을 주고서라도 뛰어난 경제학자들을 영입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실리콘밸리행(行)이 계속되자 미국 최대의 경제학회인 '경영경제학회'는 올 10월 학회를 미국 동부 대신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또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 역시 IT·과학 관련 전공을 복수(複數)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흐름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은 최근 검색·전자상거래 등에서 경제·통계 전공자 고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장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각종 빅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