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달 19일 출시한 갤럭시노트7에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결함보상)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갤럭시노트7의 발화나 과열 문제도 중국산 배터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갤럭시노트 해부 이미지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에 사용된 배터리 중 상당수는 중국 동관ITM일렉트로닉스(DONGGUAN ITM ELECTRONICS)가 제조하고 삼성SDI가 수입한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뒷면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배터리 제조일은 7월 29일이다. 갤럭시노트7 초기 물량에 쓰인 제품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해부도. 배터리를 확대한 모습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에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와 중국산 배터리를 혼용해 사용했다"며 “갤럭시노트7 화재와 관련된 사진을 보면 배터리 위치가 불에 탔기 때문에 배터리가 원인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갤럭시S4가 잇단 발화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었다. 당시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갤럭시S4 발화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셀 기술이 사실상 어느 정도 안정화된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현지생산 배터리 팩 공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갤럭시노트7의 전수 리콜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신제품 교환보다는 배터리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배터리 교체 결정 역시 ‘중국산 배터리’가 발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 초도물량의 배터리 대부분을 삼성SDI로부터 공급받았다. 제품의 완결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2015년 출시한 갤럭시S6부터는 예약주문을 받는 등 초도물량이 급격히 늘어나 2~3차 배터리 공급사의 비중을 늘렸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초기 생산된 갤럭시 시리즈의 배터리 비중은 삼성SDI 제품과 중국산 등 2~3차 제품이 50대 50 정도다.

스마트폰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70도~80도 수준의 온도에서 발화한다. 일반적 사용 환경에서 배터리가 타게 될 확률은 거의 없지만 스마트폰의 전력을 관리하는 전력관리칩(PMIC)에서 발열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배터리 팩과 스마트폰 전력계통 간 회로에 문제가 생길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가 녹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배터리 셀 또는 배터리 팩의 문제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급사들이 담당하는 배터리팩(배터리 셀을 보호하는 포장)의 불량을 의심하고 있다. 배터리팩의 경우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의존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터리 전문가는 “팩을 보호하는 칩과 배터리 셀을 보호하는 칩의 불량으로 배터리 가스가 새어나와 발화했을 것”이라며 “폭발한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들의 액정이 녹아내린 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배터리가 발화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적 요인”이라며 “전압, 전류를 전력칩이 제어하지 못할 경우 과전류를 끊는 보호회로가 작동 불능 상태가 되고 리튬이온 배터리에 강력한 열이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선비즈가 입수한 배터리 이미지에 표기된 동관ITM일렉트로닉스(DONGGUAN ITM ELECTRONICS)는 국내 기업인 A사의 중국 현지 생산기지로 파악된다. 이 회사는 삼성SDI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패키징해 배터리팩을 납품하고 있으며,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용으로도 배터리팩을 납품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중국 생산 기지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