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P&G·랑콤·시세이도·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이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한국 연우가 만든 용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연우는 화장품 용기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전 세계 화장품 회사 750여곳에 총 1만9000여종 용기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매출 상위 20개사 중 18곳이 연우 제품을 사용한다.
코스닥 상장 기업인 연우는 지난 2분기 매출 631억원에 영업이익 101억원으로 각각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 1분기부터 매 분기 매출·영업이익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29일 인천광역시 연우 본사에서 만난 기중현 대표는 "단순히 화장품 회사가 정해주는 대로 용기를 납품하지 않고, 디자인이나 기능을 역으로 제안해 트렌드를 선도한 것이 성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회사에 용기 디자인·기능 역제안
연우는 기중현 대표가 1983년 창업했다. 창업 전 그는 의약품 용기의 알루미늄 뚜껑을 만드는 회사에서 3년간 일했는데,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 회사를 차렸다.
창업 초기 일본에서 수입한 화장품용 펌프 뚜껑에 금속 케이스를 입히는 일을 했다. 그때 구매 담당자로부터 "이 펌프가 보기보다 정교해 국내 기술로는 만들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국산화에 도전했다.
그러나 개발은 쉽지 않았다. 부품 치수가 조금만 어긋나도 화장품이 새거나, 반대로 아예 나오지 않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1990년엔 교통사고로 11개월간 병원 신세까지 졌다.
기 대표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그는 "입원을 하니 오히려 시간이 많아져 펌프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며 "병실에 누워 연구원들의 보고를 받으며 매달린 결과 그해 말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후 계속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1993년엔 용기 안에 화장품을 빨아올리는 빨대가 없는 펌프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펌프를 누르면 용기 바닥 부분이 주사기 피스톤처럼 화장품을 밀어올려 바닥에 남는 양 없이 끝까지 쓰게 해준다.
2014년에는 펌프 달린 크림 용기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크림은 보통 손가락으로 찍어 쓰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화장품과 섞이기 쉽다. 연우는 펌프로 크림을 용기 표면 위로 밀어올려 문제를 해결했다.
기 대표는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전담 인력을 64명 두고 있다"며 "전 세계 화장품 용기 업체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연우는 앞선 R&D 능력을 바탕으로 화장품 업체에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용기를 적극 제안했다. 랑콤의 에센스에 탑재되는 '오토(자동) 드로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드로퍼는 화장품을 2~3방울 빨아올리는 일종의 스포이트다. 연우는 손으로 꼭지를 누르지 않아도 뚜껑을 닫으면 자동으로 화장품이 차오르는 드로퍼를 개발해 랑콤에 제안했다. 연간 200만개 정도였던 랑콤의 해당 에센스 판매량은 오토 드로퍼 채택 이후 약 400만개로 늘었다.
◇연 15% 매출 성장 목표, 중국 시장 공략도 시작
연우는 2014년 한국무역협회로부터 '7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기 대표는 "내년 1억달러(약 1119억원) 수출을 돌파하고 앞으로 5년간 매출을 매년 15%씩 늘려 2020년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중국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기 대표는 "최근 중국 화장품 회사들도 프리미엄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급성장할 현지 화장품 회사들의 용기 수요를 공략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재 기초 화장품 중심인 제품군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 대표는 "지금 가진 기술, 설비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점차 시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색조 화장품과 기능성 식품, 의약품 용기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