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오감으로 느껴진다. 핸드드립 방식으로 추출한 용액의 맑고 깨끗함에 매료되기도 하고,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이용해서 그린 라떼아트를 보면서 탄복하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기 전에 먼저 눈으로 커피의 상태를 살펴보고, 올라오는 향기를 코로 느낀 후 한 모금 마신다.

입 속에 커피를 머금고 신맛,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의 여러가지 맛을 음미한다. 커피가 입 속에 들어오는 묵직함이나 풍부함과 부드러움을 촉감으로 느끼게 된다. 거칠거나 텁텁하고 떫은지, 크리미하게 부드러운지, 물같이 커피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지 등을 감지한다.

그리고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길 때 목 뒤에서 휘발되어 느껴지는 향을 다시 한 번 코로 느끼며 마지막 여운을 감상한다. 커피의 여운이 기분 좋게 길게 남는지, 혹은 여운이 깔끔하게 끊어지는지 등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2016년 월드라떼아트챔피언십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라떼아트(한국 국가대표 작품)

이러한 느낌과 반응이 복합적으로 한 번에 일어나면서 ‘커피 맛이 좋다’ 또는 ‘커피 맛이 없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평상시 즐기거나 좋아해 왔던 맛을 만나게 되면 기뻐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게 된다. ‘맛의 원리’의 저자인 최낙언 교수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영장류는 신생아 단계에서도 단맛을 느끼게 되면 웃고 쓴맛이 닿으면 찡그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단맛과 신맛 등의 복합적인 맛이 두드러지는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쓴 커피를 마시면서 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이는 커피를 마시면서 오랫동안 느껴왔던 개인적 경험에 의한 맛과 향에 대한 선호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전문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개별 그린커피의 특성에 맞추어 로스팅 프로파일(볶은 시간과 열량을 조절하여 커피를 로스팅하는 방법)을 정하고 적절한 추출방법과 원리를 적용하여 한잔의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상의 커피 맛과 향을 가진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 못지 않게 즐기기 직전에 제공된 커피 한 잔의 온도와 농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섭씨 46도일 때 커피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온도가 46도를 넘으면 뜨거워서 맛을 잘 느낄 수 없고, 30도 이하여도 제대로 된 커피의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보통 커피의 향미를 평가할 때, 뜨거울 때, 미지근 할 때, 식었을 때로 나누어 평가한 후 평균 값으로 점수를 매긴다. 처음 향미의 느낌이 식었을 때까지 유지되어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맛있다는 느낌이 오면 제대로 된 커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제주도 커피 농장에서 재배한 커피로 강하게 로스팅한 후 핸드드립하여 진한 농도로 뜨겁게 제공되어진 커피. 뜨거운 커피를 제공할 때는 보통 손잡이가 달린 잔에 담아 서비스한다.

보통 핫(Hot)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면 뜨겁게 서비스 된다. 강하게 볶아진 원두로 추출한 것 일수록 매우 뜨겁게 제공된다. 보통 매우 뜨거우면 쓴 맛을 잘 느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강볶음으로 로스팅된 쓴 커피는 뜨거울 때 올라오는 연기와 함께 진하고 강한 향기를 맡으며 진한 쓴맛을 음미하는 것이 좋다.

반면 중간 볶음으로 로스팅된 커피는 뜨거울 때 보다는 약간 식혀서 따뜻하게 마시면 단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단맛은 20도~ 50도 사이에서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식히면 시고 쓴 맛이 도드라져 거북할 수가 있다.

한편, 카페라떼나 카푸치노 같이 우유가 첨가된 메뉴들은 우유 스티밍(공기를 이용하여 거품을 만드는 것)의 온도와 공기가 주입되어 미세하게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그 맛에 차이가 난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손잡이가 없는 유리잔에 제공받은 카푸치노. 카푸치노는 너무 뜨겁지 않아야 맛을 가장 잘 음미할 수 있기에 잔을 통해 적당한 온도를 느낄 수 있도록 손잡이 없는 잔에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단백질, 지방, 당분을 함유하고 있는 우유는 체온(36.5도)에서 55도 전후까지가 가장 맛있다. 이때, 가장 적절한 단맛을 내므로 갓난 아이들이 엄마 젖을 찾게 되는 것이다.

65도 이상이 되면 우유 속의 단백질 성분이 파괴되어 무미건조한 맛을 내게 된다. 반면 35도 이하로 온도가 너무 낮으면 우유의 비릿한 맛이 난다. 따라서 우유의 달콤함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야 하는 카페라떼 메뉴는 약 50도 전후, 우유의 달콤함 보다는 좀 더 커피 맛이 부각되어야 하는 카푸치노 메뉴는 55도 전후가 가장 맛있는 온도다.

또한 커피는 촉감(일명, ‘바디(Body)’라고도 말한다)에 따라 입 속에서 느껴지는 풍부함이 달라진다.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킬 때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며 크리미하게 퍼져 부드러운 목넘김이 된다면 풀바디(Full Body)하다고 말한다. 커피의 바디는 양질감과 부드러움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커피의 강도를 말할 때는 농도를 따진다. 농도가 높으면 커피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고 낮으면 묽어져서 거의 물처럼 느껴진다. 약하게 볶은 커피 속에는 시고 떫은 맛을 내는 클로로겐산이 많이 남아 있어서 묽은 농도로 희석하여 마시는 것이 좋다. 반면 강하게 볶은 커피는 클로로겐산이 쓴맛을 내는 성분으로 바뀌었으므로 진하게 마셔도 무방하다.

만약, 꽃향기가 은은하게 나고 신맛과 단맛이 좋은 단종(單種)커피를 즐기고자 한다면 보통 그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강하게 로스팅하지 않는다. 이렇게 로스팅된 원두로 추출한 커피는 클로로겐산 때문에 시고 떫을 수 있으므로 마일드하게 희석하여 약간 식혀 단맛이 풍부하게 드러날 때 즐기면 좋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전문 바리스타 못지 않게 커피에 대한 지식을 갖춘 마니아 수준의 커피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커피 생두의 등급을 따질 줄 알고, 개별 그린커피의 특성에 맞춘 로스팅 방법과 추출도구 이용법도 잘 알고 있으며, 추출된 커피의 향미를 논하기도 한다.

이러한 커피 애호가들의 기대 수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근에는 TDS(total dissolved solids, 커피농도측정기) 기기를 이용하여 커피 한 잔 속에 들어있는 커피 추출 고형 성분(커피 용액속에 녹아 있는 고체의 총량) 의 양까지 계산하면서 커피를 추출하는 전문 바리스타들도 있다.

추출된 커피의 수율(한 잔의 커피 속에 녹아나 있는 고형물의 총량)을 따지면서 추출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바리스타들은 다양한 고객의 취향에 부합하면서도 최적의 맛과 향미를 찾아내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바리스타는 커피의 품종과 로스팅 정도에 따라 어떤 농도와 온도로 음료를 만들어 제공하여야 최상의 맛과 향미를 구현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의 경우 결코 고객의 경험에 따른 주관적 취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바리스타가 최상으로 생각하는 농도와 온도를 벗어나서 고객이 아주 뜨거운 스티밍 온도를 원하거나 우유 맛이나 커피 맛이 더 도드라지도록 음료를 제공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면 당연히 그에 따라 음료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정신과 융통성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맛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로스팅 정도와 커피의 품종에 따라 최고의 맛과 향미가 발현되는 특정 온도와 농도가 있음을 알고 그에 맞춰 커피를 마셔 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