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진 어머니, 기보배 선수 비난으로 불거진 '개고기 논쟁'... 애견인의 동물 학대도 심각
정부 반려동물 산업 육성 TF 운영중…2020년 반려동물 시장 6조원 달해
마트에서 생명 판매? 대기업 애완 동물 산업 진출 신중해야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에서 시민들이 애완동물을 살펴보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난 리우 올림픽 도중 난데없는 ‘개고기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 기보배 선수의 보신탕 섭취와 관련해, 애견인인 배우 최여진 어머니가 욕설 섞인 비난의 글을 SNS에 올리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기보배 선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국내외 개고기 반대 단체들이 기보배를 비난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졌다. 여전히 기보배 선수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는 기보배를 옹호하는 팬들과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주장하는 국내외 네티즌 사이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등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반려견과 관련된 논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SBS 예능 프로그램 ‘TV동물농장’을 통해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현장이 공개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외침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강아지 공장 800~1000곳이 성업 중인데, 애견숍에 공급되는 강아지 절대 다수가 강아지 공장에서 공급된다. 강아지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특별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좁은 케이지에서 오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기본이고, 강제 교배, 불법 제왕절개 수술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참혹한 광경을 본 시민들은 SNS를 통해 ‘강아지 공장 철폐 운동’을 벌이는 등 동물 복지를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KARA 등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현행법상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으로 분류하고 있어, 학대하거나 불법적인 상거래에 이용해도 처벌이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보호의무를 강화하고 학대받는 동물을 즉시 구조할 수 있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반려동물 시장 4년 뒤 6조원 규모 시장 형성

현재 반려동물 산업은 무섭게 성장 중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2015년 1조8000억원인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0년 5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했다. 실제 반려동물 판매 업체는 2012년 2152개에서 2015년 3288개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수시로 내놨다. 농식품부는 2010년 반려동물 산업을 5대 전략 산업 중 하나로 선정했고, 작년 말엔 관계 부처 합동으로 '2016년 경제 방향'을 발표하며 반려동물 산업의 발전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주축이 돼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현성 편집장이 오보이 커뮤니케이션 센터 앞에서 반려견 ‘뭉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반려견 산업이 성장하면서, 앞의 기보배 선수 사례처럼 개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갈등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동물복지와 환경보호를 얘기하는 잡지 ‘오보이!(Oh Boy)’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인 김현성씨는 “‘귀여운 동물’ 이면에 정돈되지 않은 가치들이 상충되면서 모순된 주장을 하기 때문이 애견인과 비애견인 사이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고기는 먹지 말라고 하면서, 나의 개들에게 쇠고기를 특식으로 먹이는 사진을 자랑스럽게 SNS 올리는 행위, 예뻐하던 강아지를 ‘사정이 생겼다’며 쉽게 버리는 경우, 강아지 공장을 보며 눈물 흘리지만, 막상 대형마트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는 모순된 행동 때문에 애견인의 주장을 비논리적이라고 보는 것. 결국 현재 동물복지의 가장 큰 문제는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아끼는 사람이다”라고 지적했다.

오보이는 과거 패션 포토그래퍼로 이름을 날리던 김현성 작가가 2009년 창간한 1인 잡지다. 동물 보호를 얘기하지만, 외형적으로는 세련된 패션 잡지와 다를 게 없다. 원더걸스 소희, 소녀시대 티파니, 이효리씨 등 유명 연예인이 반려견과 함께 멋진 화보를 촬영하며 메시지를 전한다.

김현성 편집장은 여느 동물 보호 운동가와 다르다. 스스로도 채식주의를 실천하지만, 가끔 평양냉면을 즐길 정도로 온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모피를 입는 사람에게 계란을 던지는 과격 동물보호단체와 이를 비판하는 반대편의 중간 정도에 서 있다. 이를테면 양쪽에 귀가 열린 사람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홍대 ‘오보이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김현성 편집장을 만났다. 이곳은 김현성씨가 유기견 ‘뭉치’와 ‘유부’와 함께 살면서 반려동물의 문제를 살피고 논의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반려견을 가운데 두고 애견인과 비애견인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윤리보다는 감정이 앞선 소모적인 논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태도’다. 우리나라는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북유럽·미국처럼 동물 복지에 대한 개념이 확고한 나라도 아니고, 아프리카·중동처럼 기아 문제가 심각해서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가 무의미한 곳도 아니다. 딱 그 중간에 있다.”

김현성 편집장은 어린 시절 유기견 30여 마리와 함께 자랐다. 개에게 밥을 주고 오물을 치우는건 그에게 힘든 일이 아니라 일상이라고 한다.

-태도의 문제인가?

“아직 한국에서는 동물 복지에 개념이 제대로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물 애호가는 본인의 단편적인 지식이나 감정을 앞세워 동물 비애호가를 가르치려 든다. 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동물을 학대하거나 학대하는 산업에 일조하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강아지 공장에서 생산된 강아지를 대형 펫샵에서 구매하고, 여름철이 되면 휴가지에 버리고 온다. 그런 사람이 개고기 먹는 사람을 비난해봤자 상대방이 그 주장을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최근 배우 최여진의 어머니와 기보배 선수의 SNS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보인다.

“그렇다. 그분이 반려견을 진심으로 아끼는 순수한 마음을 의심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개고기를 먹지 말란 사람이 쇠고기를 구워서 개들에게 먹이는 사진을 올리는 것은 누가 봐도 모순된 행위다. 물론 쇠고기를 먹지 말란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게 SNS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란 것이다. 이런 사람 때문에 다른 애견인까지 매도당해서 안타깝다.”

배우 공효진씨가 반려견과 함께 오보이 화보를 촬영했다.

-왜 애견인들이 감정적으로 행동하나?

“현장에서 끔찍한 장면을 본 활동가들도 마음이 아픈 나머지 감정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남들과 소통하려고 했으면 좋겠다.”

-개를 식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나?

“인류가 육식을 끊기는 불가능 하다. 다만 육식을 잘했으면 좋겠다.”

-육식을 잘하는 게 무슨 얘기인가?

“현대 사회에서 육식은 환경, 동물복지, 인류의 건강, 지구의 미래 등 모든 것을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단서다. 사람들은 고기를 많이, 싸게 먹고 싶어한다. 그래서 빨리 키워서, 빨리 잡아서, 저렴하게 만들어서 많이 공급하는 축산업체가 유리하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키워진 동물은 당연히 인체에 좋지 않다. 물론 동물 복지를 위한 비용은 전혀 없다.

예컨대,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 곡물 20kg이 쓰인다. 이 곡물을 사람이 먹으면 기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돈이 많은 사람들의 미식, 식탐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고기가 생산되고 있다.

육식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조금 줄였으면 한다. 요즘 현대인은 고기를 매일 먹는다. 회식을 하면 단골메뉴는 고기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고기 안 먹는 날’로 정해서 육식을 줄여나가면 좋겠다.”

-최근에는 대기업도 애견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어떻게 보나?

“애견용품을 제공하는 쪽은 문제가 없는데,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는 안 하면 좋을 것 같다. 성장 산업이 분명하지만, 수익에만 집중하지 말고 신중하게 진행했으면 한다. 이마트만 가도 햄스터, 물고기 등 생명을 아무런 제재 없이 팔고 있다. 반려견 산업에 종사한다면,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도 함께 발전해야 할 것이다.”

2PM 멤버 준호가 반려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보이는 동물 복지를 논하지만, 패션 잡지의 외형을 갖춘 점이 신선하다.

“패션과 동물·환경을 하나로 묶는 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에 동물·환경 얘기를 담으니까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환경에 관심 없는 사람은 이런 매체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오보이에는 문화를 다루는 일반 연예인도 나오고, 패션도 보여준다. 동물 복지에 당장 관심 없는 사람도 흥미 때문에 오보이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가 있나? 잡지와 커뮤니케이션 센터 외에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동물 보호소를 만들고 싶다.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이 가장 먼저 나온 베를린, 런던 등에 가보면 시설의 위생상태도 훌륭하고, 입양 프로그램도 잘 구축돼 있다. 지금 운영 중인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시발점으로 넓혀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