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부산에서 만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다소 충격적인 얘길 전했다. 창업을 꿈꾸는 한 대학생이 임 센터장에게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계속될 것 같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임 센터장은 청년 창업과 벤처 육성을 지원하는 현 정부의 의제가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창업 열풍이 전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정권에 관계 없이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임 센터장의 말대로 벤처 창업과 투자 열풍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일 평균 4000개의 스타트업이 설립됐다. 미국에서는 1년 간 약 600억달러(67조원)의 벤처 투자가 이뤄졌다. 2013년 연간 투자 금액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다음 정권에서 창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아젠다를 버릴 가능성은 미미해보인다.
그러나 임 센터장에게 걱정을 털어놓은 대학생의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그는 아마도 전 정권에서 추진했던 '녹색성장'이나 '동반성장' 정책의 초라한 결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했던 녹색성장 정책은 현 정부 들어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녹색성장 관련 펀드가 86개나 출시됐지만, 현재 친환경 테마 펀드는 10개가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도에 조성된 2500억원짜리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체험 센터는 현 정부 들어 버려진 뒤 카페가 됐다.
창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현 정부의 아젠다 자체는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 아젠다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국책사업들은 스마트그리드 체험 센터, 녹색성장과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벤처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말로(末路)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재 전국 18개 시·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올해만 정부 예산 527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비영리 재단법인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수익 창출 방법이 없는 데다 재정 지원의 근거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창조경제 민관협의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인 만큼, 정권이 바뀌고 나면 센터의 존속이 어려울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비단 창조경제혁신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중소기업청이 운영하고 있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프로그램, 현 정부 들어 급속도로 활성화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고등학생도 창업할 경우 3억원 이내의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청년창업특례보증,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신생 기업에 최대 30억원을 지원해주는 퍼스트펭귄 창업기업 보증 등 크고 작은 제도들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정책이 새로운 정부에서 그대로 명맥을 이어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전 정부 정책의 좋은 점을 잘 살려 발전시켜나간다면 이미 투입된 대규모 예산이 무용지물로 변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17조원에 달하는 벤처 투자 재원이 다음 정부에서도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한다면, 기우(杞憂)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