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미국 고용 시장과 경제활동이 견고한 성적을 내고 있고, 최근 몇 개월 동안 금리를 인상할 여건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 직후 연준의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도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두 차례 금리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거품 논란에 휩싸여 있는 미국 증시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라는 돌이 던져졌다. 미국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면 금리 인상이 미국 증시 거품을 깨트릴 텐데, 만약 거품이 없다면 미국은 여전히 안전한 투자처라는 매력이 더 부각될 수 있다
◇꺼지지 않는 美 증시 거품 논란
그간 뉴욕 증시에 대해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블라인캐피털 CEO인 제프리 군드라흐는 지난달 말 "현재로서는 그 어느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팔라"고 미국 증시를 혹평했다. 칼 아이칸은 7년 넘게 계속되는 주가 상승장이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S&P500지수의 내년 주가수익비율이 18배라 주가가 고(高)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CNN의 공포·탐욕 지수(Fear&Greed Index)는 최근 2년래 최고치인 75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0은 극단적인 공포를 100은 극단적인 낙관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시장이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오펜하이머의 수석 투자 전략가 존 스톨츠푸스는 위험 투자를 늘리라며 미 대선 전까지 S&P 지수가 6% 정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거품이냐 아니냐 논란 속에서도 시장은 질주했다. 지난 15일엔 다우지수가 최고치(1만8636)를 경신했다. 미국의 공포지수(VIX)는 8월 중순까지 평균 12선으로 역사적인 저점을 기록했다. 공포지수가 낮아지면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안심하고 있다는 의미다. 분위기가 살짝 바뀐 것은 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이달 하순부터다. 솟구치던 다우지수는 주춤(26일 기준, 1만8395)하고 있다. VIX는 15 가까이 올라 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금리 인상, 증시에 낙관적 신호일 수도"
국내 증권사들은 9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 인사들의 발언 강도가 강해져 9월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해 금융시장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기를 원할 것"이라며 "지수의 상승 여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업종이나 테마 중심의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미국 증시에 그다지 악재가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그동안 미국 증시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다"며 "금리 인상이 되면 증시가 좋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증시가 꺼질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이슈 자체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증시에 낙관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증시가 상승 탄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미국 주식형 펀드 등 미국 관련 상품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다만 미국 증시에 달러로 투자하려면 환율 움직임과 증시의 움직임을 동시에 살펴야 한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지금보다 달러 가치가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달러 투자의 이득(환차익)을 향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만약 미 증시가 금리 인상의 충격을 받고 하락세를 지속한다면 환차익을 상쇄하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정성원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은 "지금 달러 가치가 슬금슬금 오르지만 여전히 달러 자산 투자의 매력은 유효하다"며 "다만 미국 주식뿐 아니라 달러 채권, 예금의 유불리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