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독점하고 있는 서버용 시스템온칩(SoC) 시장에 ARM 진영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퀄컴을 시작으로 AMD, 아마존 등이 잇달아 서버용 칩 신제품을 내놓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7월 ARM를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시장 판도 변화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올해 하반기에 ARM 아키텍처 기반의 서버용 SoC '센트릭(centriq)'을 본격 양산한다. 구체적인 제품 사양은 아직 비밀에 붙여졌지만, 전력효율성과 안정성뿐만 아니라 ARM 기반 칩의 약점이었던 데이터 처리 성능을 크게 향상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세계 프로세서 시장은 크게 모바일, PC, 서버용 시장으로 나뉜다. 모바일의 경우 저전력·초소형 칩 설계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는 ARM 기반 칩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점하고 있지만, PC와 서버에서는 인텔의 x86 칩이 여전히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ARM 진영에 속한 퀄컴은 모바일 칩 사업의 성장성 한계를 체감하고 서버를 비롯한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사업의 이익률도 서버 부문이 두 배 가까이 높다. 인텔의 경우 매출의 70% 이상이 PC용 시장에서 발생하는 반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은 서버용 사업에서 발생할 정도다.
지난 수년간 서버 시장에서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ARM은 퀄컴, AMD 등과 협력해 서버용 칩 설계 기술을 강화해왔다. 올초에는 세계 서버 시장 최대의 '큰 손'인 구글이 퀄컴과 서버용 칩 개발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둬나가고 있다.
인텔의 x86을 라이선스해 서버용 SoC 사업을 하고 있던 AMD와 세계 최대의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최근 ARM 진영에 가세했다. AMD는 올초 ARM 설계 기반의 '옵테론 A1100 SoC(코드명 시애틀)' 양산을 발표했고, AWS도 이스라엘 자회사인 안나푸르나랩을 IoT, 클라우드, 네트워킹 등에 사용하는 ARM 기반 칩셋 '알파인'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ARM 진영은 현재 세계 최대의 성장 시장은 중국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에 인텔 x86를 사용하는 IT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호환성, 아키텍처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 문제 등으로 ARM 서버 채택을 주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경우 새롭게 서버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아 선진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기업용 시장에서도 모든 제품이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서버나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모바일 기기 시장처럼 부품을 단지 조립해서 브랜드 없이 낮은 가격에 파는 화이트박스도 등장하고 있다"며 "ARM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 비교적 낮은 가격과 개방된 생태계를 내세워 저사양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ARM이 소프트뱅크와의 M&A 이후 데이터센터용 시장에서 더 넓은 영업망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례로 ARM이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데이터센터에 칩을 공급해 확실한 성공 모델을 만들 경우 다른 대형 IT 기업들도 ARM 기반 서버칩 도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서버용 SoC 시장에서 ARM이 성공적으로 모델을 구축할 경우 현재 스마트폰 시장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기업들이 ARM의 표준 코어 디자인을 바탕으로 손쉽게 서버용 칩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