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지난 25일 제출한 자구안과 관련해 복수의 한진해운채권단이 26일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한진해운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은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진해운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은 다음달 2일 만료된다.
채권은행들은 자율협약 유지 불가 결정이 내려지는대로 채권 회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해외 선주들도 이르면 내주 초부터 채권 회수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당수 채권자가 관련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채권단은 파악하고 있다.
◆ 채권단 "자구안, 기대치에 못 미쳐"
26일 복수의 채권단 관계자는 "(회의를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자율협약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30일까지 최종 결정하기로 했는데, 자율협약 유지 불가 결정이 내려지면 곧바로 채권 회수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그리고 시중은행이 보유한 한진해운 총위험노출액(익스포져)은 최저 1조1000억원 가량이다. 이 자금을 내주 중 상환 요청한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이 기대치에 크게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기자실을 방문해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최악의 경우 1조3000억원대에 달하는데 자구안은 유상증자 4000억원만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진은 유상증자 시기를 올해 말 2000억원, 내년 7월 2000억원으로 못박고 있는데, 이는 '채권단이 먼저 부족자금을 투입하면 그때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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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행장은 자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채권단 회의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들은 "사실상 자율협약 유지가 어렵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원칙이 지켜져야 앞으로도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면서 "고통 분담이 원칙인데, 한진그룹측에서 고통을 짊어질 수 없다고 했으니 원칙대로(법정관리 신청)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선긋기 명백히 한 대한항공…해외 선주들 채권회수 움직임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003490)은 과도한 지원을 할 수 없음을 명백히 했다. 신규 지원을 하게 되더라도 감자 및 출자전환 등에서 제외해달라고 명시했고, 채권단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 2200억원을 대상으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협약채권과 동일한 조건으로만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액 상각이 불가능하고, 이자율을 낮추는 정도로만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명시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회의를 해봐야겠지만, 부정적인 목소리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해외 선주 등이 이미 채권 회수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안다"면서 "선박 압류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해운이나 산업은행 모두 자구안이 추가로 보강될 가능성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이번에 받은 안이 최종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 열리는 채권단회의에는 산은과 KEB하나·농협·우리·국민·부산은행 등이 참여한다. 자율협약 유지 안은 오늘 회의 뒤 다음주 화요일(30일)에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자율협약 유지 결정은 채권단 75%가 동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