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문제,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정책 문제로 접근해야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율 인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상위 0.5%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약 78%를 부담하는 만큼 상위기업의 세부담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인세율 인상은 현재의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 만큼,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중장기적 정책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5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함께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현행 법인세율 체계는 3단계로 나뉜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 기업은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기업은 20%, 200억원 초과 기업은 22%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세 10%를 더하면 각각 11%, 22%, 24.2%가 된다.

국민의당은 과세표준 2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현행 22%에서 25%로 세율을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들에게 25%의 세율을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선임연구원은 이미 대기업들이 법인세를 많이 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 59만개의 신고법인 중 0.53%에 해당하는 3101개 법인이 각각 최소 1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세를 냈다”며 “이 기업들이 부담한 세액은 전체 국세 중 78.4%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수의 규모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김 선임연구위원은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의하면 올해 법인세수는 사상 최초로 50조원대를 돌파해 52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경우 45조원을 기록했었다. 올해 법인세수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2.1%로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법인세수의 국세 대비 비중은 지난해 10.7%, 2014년 20.8%, 2013년 21.7% 등이었다.

김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이 일반기업 또는 중소기업들의 실효세율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법인세율 인상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업규모가 클수록 투자 등에 대한 조세지원을 받는 규모가 커 결과적으로 실효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도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지금은 그간의 실효세율 제고를 위한 보완대책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며 “추가적인 명목세율의 인상은 전체적인 기업경영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과세표준 1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실효세율은 전년대비 0.8%포인트 오른 17.9%였다. 500억~1000억원 기업의 실효세율은 0.6%포인트 상승한 19.4%, 200억~500억원 기업은 0.5% 오른 18.5%, 2억~200억원 기업은 0.1%포인트 상승한 14.9%였다.

김 선임연구원은 법인세율 인상이 국제적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08년에 비해 현재 법인세율을 인하한 OECD 국가는 전체 34개국 중 총 18개인 반면 인상한 국가들은 6개에 불과하다. 법인세율을 가장 크게 인하한 국가는 일본으로, 국세와 지방세분을 합쳐 총 9.6%포인트를 인하했다. 영국, 스웨덴, 스페인, 핀란드 등도 3%포인트 이상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인하했다.

특히 영국은 2010년까지 유지해 온 3단계 세율체계를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지난해부터 20%의 단일세율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세율은 17%까지 인하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들일수록 낮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과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비중이 100%를 초과하는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은 12.5~17% 수준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높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적용할 경우, 해당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2010년 이후 수출 비중은 평균 52% 수준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법인세 부담은 모든 경제주체에 전가되며, 소득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법인세율 인하정책이 부자감세로 비난 받을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법인세율과 투자 사이에는 부정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율 정책은 세율인상의 경제적 비용,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재원조달의 안정성, 경제주체별 부담정도 등을 객관적으로 고려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