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9일 한글 홈페이지(https://www.tesla.com/ko_KR/)를 개설하고 5인승 전기 세단 모델S와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의 사전 예약과 시승 신청을 받고 있다.

이처럼 테슬라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가 빨라질 뿐 아니라 온라인 판매, 체험형 매장 운영 등 테슬라의 독특한 경영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테슬라 한글 홈페이지 메인 화면.

◆ 전기차: 국내 전기차 대중화 기폭제…협력 관계도 주목

'테슬라 효과(Tesla effect).' 신생 기업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 기존 대기업이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테슬라의 한국 진출은 국내에서는 멀게만 느껴졌던 전기차 시대를 앞당겨 관련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이미 중국과 일본에 진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 4월 중국 시장에 진출한 테슬라는 출시 첫해 현지에서 3500대를 판매하며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같은해 하반기에는 일본 시장에도 진출해 전시장 3곳, 서비스센터 1곳, 충전소 25곳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아시아 3대 시장 중 마지막 공략지로 남은 곳은 한국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전기차는 2932대. 2014년 1313대에 비해 123% 증가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팬덤(열성팬)이 형성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다.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키웠듯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시장 대중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테슬라의 생산 능력이 고객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차량 인도 시기는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국내 예약자가 모델3를 인도받기까지는 2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해 현대·기아차 등은 2018년까지 300km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삼고 있다. 2017년 말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내놓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테슬라의 한국 진출은 국내 전기차 관련 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배터리, 타이어, 부품, 이동통신 등 국내 업체 10여 곳이 테슬라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삼성SDI다. 파나소닉과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협력해 온 테슬라는 최근 LG화학으로부터 로드스터(테슬라의 첫 전기차) 업그레이드용 배터리, 삼성SDI로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공급받는 등 양사와도 협력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타이어, 전자, 부품 업계의 수혜도 예상된다. 만도는 테슬라에 모델S의 조향장치 부품인 스티어링 랙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고, 한국타이어는 최근 모델3의 신차용(OE) 타이어 주요 공급사로 선정됐다.

테슬라 한글 홈페이지 사전 예약 화면.

◆ 온라인: 자동차 판매망 '오프라인→온라인' 전환점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재규어 온라인 할인 판매 사태는 온라인 판매에 대한 기존 자동차 업계의 거부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재규어코리아는 공식적으로 협의되지 않은 할인 판매 소식에 브랜드 이미지 실추, 소비자 혼란 야기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 자동차 판매는 이미 국내 시장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중고차 구매자의 80%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차량을 구매하고 있으며, 신차 시장에서도 자동차 견적 사이트를 통한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테슬라의 한국 진출이 국내 신차 판매 시장의 유통구조를 온라인으로 개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인프라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본사-지역 대리점-영업사원-소비자'로 이어지는 판매 단계를 '본사-소비자'로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구매 절차가 간소화되면 회사는 유통 마진을 최소화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차량을 살 수 있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에서 차량을 살펴본 뒤 온라인을 통해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판매 대리점의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은 주법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온라인 시장에서 신차나 중고차를 파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될 게 없다.

실제 테슬라는 한글 홈페이지 개설과 동시에 온라인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은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 간단한 개인정보를 등록하고 예약금을 내면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모델S와 모델X의 사전 예약금은 각각 200만원과 500만원. 2017년 출시를 앞둔 모델3는 예약금 100만원에 1인당 예약을 2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역 대리점이나 영업사원 없이 사전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본사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내 매장 관리자(Store Manager), 판매 자문(Inside Sales Advisor) 등 국내에서 근무할 직원 채용을 공고하고 판매조직 구축에 나섰다.

미국 내 테슬라 전시장 전경.

◆ 체험: 자동차 전시장, 체험형 공간으로 거듭난다

테슬라 스토어라 불리는 테슬라 전시장은 차량 체험을 위한 공간이다. 테슬라는 중국, 홍콩, 일본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선 네번째로 한국에 전시장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매장 위치는 한글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테슬라 전시장 입지로는 9월 경기도 하남시에 개장하는 신세계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과 서울 강남 지역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테슬라 전시장이 차량을 세워놓고 계약을 체결하는 폐쇄형 공간에 머물지 않고, 구매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접근해 차량을 살펴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꾸며진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한글 홈페이지를 통해 시승 신청도 받고 있다. 대상 차종은 모델S로 서울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서 시승을 신청하면 "현재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귀하를 위한 맞춤형 시승 체험의 준비가 되면 테슬라 직원이 연락드리겠다"는 메시지가 뜬다.

현대차 모터스튜디오, BMW 드라이빙센터 등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도 수도권 인근에 판매 공간이 아닌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고객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 업체가 일부 전시장에 한해 체험형 공간을 구성한 것과 달리 테슬라는 모든 전시장을 체험형 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차이점이다.

양지우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일명 반값 전기차인 모델3의 국내 출고 시점까진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여 테슬라가 당장 국내 업계의 관행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국내의 경우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에 따라서도 성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